<트라우마>를 읽으면서도 히스테리, 전쟁 후유증, 정치적 테러를 포함하는 방대한 맥락에서 명료하게 와닿는 개념을 알아갈 수 있었는데, <진실과 회복> 역시 1부에서 권력의 다양한 측면, 독재, 평등, 가부장제와 같이 사회적 문화 배경을 짚어가며 깊은 통찰을 끌어낸다. 다른 어떤 피해자 논의보다 주디스 루이스 허먼의 논의가 설득력을 갖는 것을 이러한 광범위한 분야에 대한 역사적인 고찰 때문이다. 가정폭력의 가해자와 인신매매형 성매매 포주의 수법이 공산당의 악마적 세뇌 테크닉과 얼마나 유사한지, 사실 이런한 수법은 검증된 심문 방법이자 법치의 이름으로도 얼마든지 규칙화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관성을 밝힘으로써, 성범죄가 얼마나 사회 친화적인지를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사실 1장을 읽으면서 암담함을 많이 느꼈다. 사회적 약자에 가해지는 폭력이 '백인 남성들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고안된 시스템'(57p)인 전통적 사법기관에서 얼마나 배려되지 않는지, 그리고 하루아침에 가부장제를 떠날 수 없다는 사실도 밝은 미래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