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나무를 찾아서 - 숲속의 우드 와이드 웹
수잔 시마드 지음, 김다히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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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울창한 원시림, 큰 마멋이 고개를 내밀고, 어미 회색 곰이 아기 곰과 지나다니는 야생 숲을 걷고, 목재를 위해 다 자란 나무를 벤다. 숲을 사랑하고, 숲을 파괴한다. 양 끝을 잇는 경이가 가득한 책이었다.

숲에서 자란 아이

작가 수잔 시마드는 대대로 임업을 가업으로 한 집에서 자랐다. 어린 시절 숲 한가운데서 흙을 파먹고 (정말 흙을 꼭꼭 씹어서 달콤한 맛을 느끼고 삼킴) 원시림 한가운데, 큰 나무를 베어 호수에 띄워 운반하는 현장을 어린 시절부터 봐왔다. 남동생은 카우보이로 경기를 하고, 엄마는 원시림 하이킹에 흔쾌히 동행하는 와일드한 가족이다. 야생이 익숙한 작가는 깊은 숲을 익숙하게 누비며 지인과 단둘이 숲속 오두막에서 자고, 곰을 피해 나무를 오른다.

딱딱할 줄 알았던 책이었는데, 숲을 누비며 생생하고도 재미있는 일화를 많이 접할 수 있는 책이었다. 차라리 소설 같은 이야기를 읽다 보면, 작가의 어린 시절 임업의 경험과 작가가 우려하는 황폐한 벌채지의 모습이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왜 작가가 긴박하게 임업의 실태를 수정하고자 열성적으로 연구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나무가 자라는 데 필요한 것은?

나무는 흙에 심으면 물과 햇볕으로 자라고, 이산화 탄소를 산소로 바꿔준다. 물론 제대로 된 흙에 그 지역 기후에 맞는 나무를 심어야 한다. 그래서 벌채 후 숲의 재생을 위한 묘목을 싶는 규정집은 어느 지층에 어떤 나무를 어느 깊이로 심을지가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하게 숲을 재생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나무는 물과 햇볕 외에도 진균들의 도움을 받아 어머니 나무의 돌봄을 받고, 땅속 분해자들이 제공하는 질소도 필요했다. 숲은 거대한 유기체로 사람들의 마을이나 도시보다 고고하고 영적으로 성장한다. 숲이 스스로 재생하지 못할 정도로 파괴된다면, 사실상 우리는 숲을 잃어버린 게 아닐까?

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다 보면 빼곡히 같은 나무들이 자라고 있는 산이 쓸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우리는 민둥산이었던 우리나라 산의 조림사업으로 산림녹화는 성공했을지언정 예전의 숲은 영영 잃어버렸고, (아직) 숲을 볼 수 없는 게 아닐까 싶다.

어머니 나무가 이끌어 주지 못하면 새 숲 연결망은 결코 전과 같을 수 없다.

389p



삶과 일

임업과 함께 자라고, 대학에서 산림 과학을 공부하고, 벌목 회사에 일하고 숲을 연구하는 수전 시마드는 온통 열정 속에 있다. 삶과 일이 얽혀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따라서 그녀의 글은 일상적인 내용과 전문적인 내용이 섞여있고, 어려운 내용도 있지만 아주 쉬운 지점에서부터 설명하고, 또 바로바로 적용하는 생생한 과정들이 있었다. 더불어, 오랜 기간의 이야기인 만큼 수전 시마드의 발전과정과 함께 숲의 비밀을 파헤쳐 나가는 여정 자체를 즐길 수 있었다.

매 장이 열정이 느끼는 장이었다. 숲에 대한 놀라운 신비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그리고 더불어 자신이 자라 온 배경,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에서 자신의 열정을 찾고 매진하는 삶의 모습 자체도 너무 아름다웠다. 우여곡절과 실제로 하고 싶은 바를 이루기까지 지난한 과정이었지만, 역경을 의연하게 이겨내는 자세도 멋졌다.



깜짝 선물같이 느껴졌던 중간중간의 컬러 사진들 속 숲도도 기억에 남는다. 숲은 알지만 아무도 몰랐던 지식의 격차를 메우는(181p) 멋진 책이었다.



어머니 나무가 이끌어 주지 못하면 새 숲 연결망은 결코 전과 같을 수 없다. - P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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