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사람들
캐서린 벨턴 지음, 박중서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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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권력 구조를 파헤치는 완결판 - 푸틴의 사람들 (원제: Putin's People: How the KGB Took Back Russia and Then Took on the West). 원제의 부제도 강렬하지만, 한국어판의 부제 '러시아를 장악한 KGB 마피아와 대통령의 조직범죄'도 만만치 않다.

러시아의 서사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이는 러시아의 시꺼먼 속내는 여기저기서 파헤쳐 지고 있다. 그중 '푸틴의 사람들'은 위용 있는 두께를 자랑하며 러시아의 이너서클의 모습을 완벽히 그려낸 책이다. 처음엔 부담스러운 분량(총 874쪽)이었지만, 사실 러시아는 이 정도로 자세히 설명해 주지 않는 한 이해 불가의 국가다. 그간 몇 권의 책과 컨텐츠로 러시아 관련 권력구조의 특이한 성질을 조금은 알게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이 책은 여러 사건을 다각도로 보여주며 현재 러시아의 서사를 완벽히 알려주었다.

러시아에는 차르라는 왕권국가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연방 공산당 시절도 있었다. 현재는 시장경제와 자본주의도 있다. 하지만 최근까지 러시아를 국제 무대에서 건재한 국가로서 가장할 수 있었던 '푸틴의 크렘린'은 거대하고 기괴한 돌연변이 시스템이었다. 푸틴이 중심에 있는 사건들에 집중해서 효과적으로 권력의 여러 모습을 알아가는 것은 의외로 너무 재미있고 효율적이었다.

푸틴 시대

푸틴이 어떻게 장기집권하고 있는 걸까가 궁금했던 건 러시아를 거의 알지 못했을 때였다. 왜 푸틴이 인기가 많은지를 생각했던 건 순진한 생각이었다.


푸틴을 누가 만들었는지, 왜 푸틴이 러시아에 필요한지, 푸틴을 둘러싼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가는 방법은 결국엔 '푸틴의 사람들'이 누구인지, 연결고리 하나씩 들춰보는 방법이 최선이었다. 푸틴을 누가 왜 만들었고, 푸틴의 역할이 무엇이 있는 흥미진진하다. 그리고 푸틴이 힘을 휘두르기 시작할 때, 누구를 이용해 어떻게 권력을 공고화하는지 알아가는 것도 새로웠다.

읽을수록 독특한 사회다. KGB 안보부는 구시대적 산물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푸틴은 이 막강한 동력을 결코 사장시키지 않았다. 정보화 시대는 보편화된 지 오래지만 가치 있는 정보는 결코 보편화되지 않고 소수에게 이용될 뿐인데, 러시아는 이를 철저히 관리하고 창의적으로 이용한다. 더구나 러시아는 손쉽게 타국의 사법체계를 이용하고, 원하는 대로 부패를 심고, 필요에 따라 무엇이든 은폐하거나 폭로한다.


막대한 부를 가진 올리가르히를 막을 방법은 오히려 자본주의 사회에 없어 보인다. 하지만 푸틴은 국외로도 수월하게 사정거리를 넓히고, 긴요한 것들을 동원해 재산과 신변을 가차 없이 처단한다. 이런 여러 과정이 책에 상세히 분석되어 있었고, 독특하고 은밀한 러시아의 시스템을 볼 수 있었다.



친절한 구성

1/3쯤 읽었을 때 점점 안갯속에서 걷는 느낌이 들어서 힘들었는데, 한국어판의 해제와 옮긴이의 말을 먼저 읽고 활력을 찾을 수 있었다. 유용한 푸틴의 연보도 한국어판의 친절한 구성 중 하나이다. 러시아 내용이 처음이라면, 아무래도 해제와 옮긴이의 말을 읽고 읽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어쨌든 친절한 구성에 힘입어, 여러 가지 주제로 러시아를 알아가고, 마지막 장으로 도널드 트럼프와 관련된 이야기까지 재미있게 읽었다. 딱딱한 책이었지만, 저자의 끈기 있고 치밀한 조사와 정리가 멋졌다. 의외의 단점은.... 이제 나도 음모론을 쉽게 지나칠 수 없을 것 같아 조금 우려가 된다는 점.



은밀한 국가, 20년 동안 권력을 독점하고 안일하게 도태되지 않은 채, 자신만의 방법으로 여러 나라를 위협하는 러시아, 아니, <푸틴의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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