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64년 말부터 1665년의 런던 페스트는 7만-10만 명이 사망했했다. 페스트가 처음 유럽 전역을 휩쓴 것은 이보다 300여 년 전이었던 1347년(사망자 수 2500만)이었고, 그 사이에도 잉글랜드에서 여러 번의 페스트 상황이 있었다. 다시금 재현되는 극복하지 못한 전염병을 마주한 사람들의 공포, <전염병 일지>의 화자는 이런 상황에서 훗날 다른 시기에 또 있을지 전염병 상황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언급하며 여러 상황에 대해 최대한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발효된 행동지침, 지역별 사망자 수 등을 제시한다. 소설로 읽히기보다는 르포르타주와 같다. 이 책의 지향점에 몰입하다 보면 무척이나 긴박하게 읽히고, 시대를 뛰어넘는 유의미한 책이기도 하다.
COVID19도 치료제와 백신이 없고, 감염자 수와 사망자가 증가하기만 할 때 모두 공포를 느꼈지만, 여러 번의 재앙이 기록된 페스트의 재유행도 치료법이 여전히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마주했을 때 공포가 심했을 것 같다. 더구나 살이 검게 되고, 종기가 부풀어 오르고, 터져서 피를 흘리고, 억지로 종기를 건드리는 고통스러운 치료 등은 처참한 광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