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그비 교차로
찰스 디킨스 외 지음, 이현숙 옮김 / B612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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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안에서 철도를 달리며 읽고 싶었던 단편집집 <머그비 교차로>, 기대한 만큼 매력적인 단편 8편을 읽을 수 있었다.

찰스 디킨스 외

찰스 디킨스의 단편을 읽고 싶었고, 철도에 관한 이야기로 엮여 함께 출간된 다른 네 편의 당대 작가들의 단편도 궁금했다. 찰스 디킨스만의 고유한 해학과 휴머니즘, 동화 같은 달콤함은 단편에서 어떨지, 어떤 재미가 있을지 읽어보기 전엔 잘 알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재미있는 쪽이지 않을까, 단편집이라면 재미가 없을 수가 없지 하는 마음도 있었다. 단편집을 자꾸 읽다 보니 단편집이라면 점점 덥석덥석 부담 없이 집어 들게 된다. 한 편씩 아무 때나 읽고 있는 단편집도 늘 손 닿는 곳에 있고, 읽으려고 준비해둔 단편집도 있지만, <머그비 교차로>는 기차와 관련된 연관성이라는 점 때문에 조금 몰아 읽게 되었다.



바박스 브라더스와 본선, 1번~5번 지선

첫 네 편의 단편은 찰스 디킨스의 단편인데, 첫 두 편 '바박스 브라더스'와 '바박스 브라더스 앤 컴퍼니'는 주인공 '바박스 브라더스'가 동일하게 등장한다. 다른 여섯 편 모두 바박스 브라더스가 나오려나 은근히 기대했지만, 그건 아니었다. 그만큼 바박스 브라더스라는 인물은 독특했다. 바박스 브라더스를 '영 잭슨'이라고 부르며 다수인이 말을 거는 장면은 이 두 편 소설의 백미였다. 그의 조각난 기억들, 즉흥적인 여행은 나에게 여행의 본질을 일깨우고 과감한 여행을 꿈꾸게 했다.

이어지는 찰스 디킨스의 단편 '본선: 머그비 소년'과 '1번 지선: 시그널맨'은 전혀 다른 분위기의 단편으로 찰스 디킨스를 읽는 즐거움을 배가시켰다. '본선: 머그비 소년'은 처음엔 무슨 소리인지 당황스러웠지만, 풍자를 즐길수록 빠져드는 아주 웃긴 이야기였고, '1번 지선: 시그널맨'은 소름이 오소소 돋고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공포를 느끼게 해주었다.

이후의 단편 2번 지선~5번 지선은 네 명의 작가가 다채로운 즐거움을 보장한다. '2번 지선: 열차 기관사'는 거침없고 노련한 기관사가, '3번 지선: 보상 하우스'는 화물역 확장으로 매입하게 된 집의 집주인이, '4번 지선: 출장 우체국'은 철도를 이용해 우편을 배달하는 우체국 직원이, '5번 지선: 엔지니어'는 막역지간의 두 명의 철도회사 직원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철도와 관련이 있으면서도 전혀 다른 이야기였지만, 지선 번호와 '머그비 교차로'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이야기라는 작은 연결고리로 이어져, 의외로 집중도 있게 읽을 수 있었다.



크리스마스 선물

다 읽을 때까지 왜 이 책이 크리스마스 특별판일까 의아했다. 그러다 문득,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동심을 품은 동화 같은 이야기로 느껴지며 의문을 풀었다.

첫 두 편으로 최근의 독서 맥락에서 벗어나 시대적 배경은 기름을 넣어 불을 켜는 램프를 쓰던 시기로, 여행하는 신사가 짐마차로 짐을 실어 나르던 때로 무사히 진입할 수 있었고, 그 느낌 그대로 책 전체를 읽는 시간이 재미있었다. 영국 중산층 하면 찰스 디킨스라는 그의 지위가 새삼스럽게 떠오르며, 독특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인물들을 탐색하고 이해해야 했다. 그 과정은 찰스 디킨스가 보장하는 재미있는 서술을 따라 술술 진행되었고, 시대와 배경을 관통하는 보편의 정서를 느끼며 신나게 읽을 수 있었다.



✨✨✨

부담 없는 동화 같은 단편들, 무섭기도 웃기기도, 슬프기도 화나기도 했던 다채로운 이야기가 들어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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