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과 즐겁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는 법 - 의심을 생산하는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철학적 대화 실험
리 매킨타이어 지음, 노윤기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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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평평하다고 진심으로 믿는 사람과의 대화가 즐겁고 생산적일 수 있을까?

이제껏 지구가 평평하다고 열변을 토하는 사람을 본 적은 없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수백만 명이라는데 -

지구는 평평하다?

이 책은 지구가 평평하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의 모임인 2018 평평한 지구 국제 학회(Flat Earth International Conference)에 잠입한 저자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여기서 그는 무엇을 배우려고 한 걸까? 책을 읽으면서 서서히 드러나지만, 이들의 믿음이 형성되는 방법, 그리고 강화되는 양상, 더불어 이 사람들이 가진 잠재적 영향력 전부를 알고자 했다.

평평한 지구를 믿는 사람은 일견 얼토당토않는 믿음을 가진 사람들로 보인다. 하지만, 기후변화 부정론자는? 백신 거부자는? GMO 식품이 유해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담배는 유해할까? COVID19는 면역력을 키우면 되고, 감기인데 과민 대응 한 걸까? 이 책의 원제는 <How to talk to a sicence denier>로, '과학 부정론자(sicence denier)' 전반을 다루고 있다. 알면 알수록, 이들의 실체는 묘하게 닮아 있고, 이런 신념들은 도처에 만연해 있었다.



수많은 과학 부정론

과학 부정론은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부정하는 도발적인 주장뿐만 아니라, 담배 광고의 전략이 될 수도 있으며, 환경운동을 하거나, GMO 인증을 찾아다니게 할 수도 있는 등 광범위한 문제로 대두된다. 일화가 가득하고 저자의 사고의 흐름에 따라 줄글로 이어지는 책을 따라서, 기후 변화와 같이 신념이 행동으로 이어지는지의 문제, 자신이 처한 환경에 따라 다른 신념을 가지는지, 과학부정론자가 당파성을 갖는지, 이들과 어떤 대화를 나누어야 하는지 등 수많은 문제들을 고찰해 볼 수 있었다.

이 논의를 정리하는 8장에서 2000년 초 남아프리카공화국 타보 음베키 대통령은 에이즈의 원인이 바이러스가 아니라 면역기능 저하로서 마늘, 비트, 레몬주스로 치료할 수 있다는 발표를 했다(p.323)는 것을 인용하고 있다. 책에서는 음베키 대통령이 음모론을 믿었다고 간략하게 이야기하지만, p.324 각주 1 참조하면 값비싼 의약품에 의존하는 대신 빈곤 완화를 해결책으로 제시하고자 한 의도도 다분하다.

이와 같은 과학적 증거를 무시한 결정권자의 결정은 의약품 제공의 장애로 작용하며, 조기 사망, 보호 미비, 추가 감염 등의 피해를 키웠으며, 동일한 양상을 COVID19의 각국의 대처를 통해서도 전 세계인이 목도한 바 있다.



앞으로의 과학 부정론을 대하는 자세

저자는 자국인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을 대표적인 과학부정론자로 자주 언급하며, 기후 정책과 COVID19의 잘못된 대처를 여러 번 언급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COVID19의 대처에 있어서 정책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합의도 상대적으로 원만히 이뤄졌는데, 이는 국민 전반의 과학적 사고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앞으로 과학 부정론의 양상은 무궁무진할 것이라는 걸 이 책을 읽고 나면 알 수 있다.

사람들이 이미 과학자들처럼 사고하고 있으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들에게 증거를 제공하는 것 뿐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p.353

자기의 믿음과 관련된 증거만을 수집하고, 음모론에 끌려서 SNS 상의 전문가들에 의존하고 오류가 있는 논리를 유지하고 과학을 뛰어넘는 그들만의 신념을 강화하고 과시하는 양상은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에 대응하여 타인 또는 자기 자신의 관점에 대해서도 정치적인 성향 또는 정체의 확립과 과학적인 사고를 별개로 생각하고, 사회적 합의와 과학적 증거를 가지고 판단하여야 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한편, 개인적인 신뢰가 있어야 믿음을 수정할 수 있다는 번거로운 과정도 의의가 있다고 생각되었다.



한편, 전통적인 미디어와 저널리즘은 쇠락하고 출처가 불분명한 SNS 상의 정보들이 넘쳐나는 때에 과학적 증거라 하더라도 그 진위 여부의 판단이 어렵지 않을까 하는 혼란스러운 생각도 해본다.

방대한 논의, 가독성은 좋지만 정리가 요원했던 책 -



사람들이 이미 과학자들처럼 사고하고 있으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들에게 증거를 제공하는 것 뿐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 P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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