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개의 문, 그리고 저마다 독특한 문에 대한 궁금증은 이야기를 읽게 하는 동력이지만, '문 너머 시리즈'의 첫 책인 <문 너머의 세계들>은 포털 판타지를 아우르는 좀 더 포괄적인 걸 담고 있다. 문이 열리고 닫히는 이유, 이들이 문을 그리워하는 이유, 그리고 어떤 이는 트라우마가 되는 이유가 나온다. 저마다 독특한 세계를 품었던 날들, 동심을 잃어버리는 것 아무것도 아닌 취급을 받으며 자신의 세계가 조금씩 없어지는 순간들, 이 모든 불합리를 생각하게 한다.
문득, 수많은 문에 대한 이야기 속에서 잊었던 나의 문을 기억 속에서 끄집어내고 싶다. 단, 잊으면 안 될 걸 잊고서 기억해 내는 일은 지독한 노스탤지어를 수반한다. 아마 문은 다시는 열리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아름다운 문장과 말랑한 소녀 취향의 등장인물들 사이사이, 다크 판타지로서의 면모는 이 책을 유치하게도, 무섭게도, 쉽게도 어렵게도 만들며 다채로운 매력을 뿜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