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보는 수메르 신화 한빛비즈 교양툰 23
멍개 지음 / 한빛비즈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나 큰 실타래를 푸는지 모르고 풀고 또 푸는데, 실이 계속해서 나오듯 끊임없이 이어지던 <수메르 신화>

단순한 호기심으로 읽기 시작해서 최초의 신화를 제대로 개괄해 볼 수 있었다.

너무 방대해!

쉬워 보이는 '만화로 보는' 책인데다, 흙으로 빚은 점토판에 남겨진 기록인 '최초의 문명사' <수메르 신화>의 내용이 많아봐야 얼마나 많겠냐고 생각했지만, 웬걸, 예상치 못한 웅장한 스케일과 디테일에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만화는 컷마다 대사도 있고, 적절한 유머로 재미있는데, 만화를 즐길 여유가 없었다. 그저 곁눈질로 만화를 보고, 흘끗거린 덕분에 신의 성격도, 상징들도 좀 더 쉽게 알 수 있었다. 만화는 거들 뿐(?) 알짜배기 수메르 신화가 총망라된 책이었다.

신화의 내용과 흐름에 집중하려면, 만화 위에 한 줄씩 있는 내용을 차근차근 읽어가야 한다. 총 24화의 만화는 한 화에 채 20페이지가 안되지만, 각 화의 제목 하에 상당히 많은 양의 내용이 담겨있다. 그리고 1화가 끝날 때마다 <멍개 상식>으로 다양한 지식으로 흥미와 이해를 높였다. 수메르 신화에서 그리스 로마신화, 태양계와 우주, 성경의 뜻밖의 상식을 접하면서, 수메르 신화에 대한 방대한 역사를 알 수 있었다.



우주? 이집트? 성경?

수메르 신화는 어째서 태양계를 다루고 있는 걸까? 정말 우주인일까? 그리고 근동, 이집트 지역의 유적인 피라미드, 스핑크스, 오벨리스크가 수메르 신화에서부터 연결된다. 그뿐만 아니라, 구약의 다양한 민족들, 아브라함 민족이 아닌 여러 민족들이 나온다. 창세기의 단위를 여기서도 보고, 바알이 등장하고, 대홍수와 카인과 아벨 이야기의 모티브까지, 예상치 못한 내용들이 수메르 신화에 등장한다. 구약은 성경으로 전 세계 사람들에게 익숙한데, 수메르 신화는 왜 그만큼 명확하게 총망라되지 못한 걸까? 저자 멍개님은 어떻게 이렇게 많은 이야기들을 다 수집하고 정리하신 걸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과, 계속되는 신기한 이야기, 제대로 된 개미지옥 같다.



강력한 상상력 자극제

가장 오래된 최초의 문명사이니 만큼 확실히 알 수 없다는 것 자체가 무척이나 매력적이고, 상상력을 자극한다. 수메르의 창조우주론, 니비루 행성이 존재한다는 가정하에 다뤄지는 초고대외계문명설은 독특하고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하지만 수메르 신화의 상당 부분은 이 창조 우주론과는 별개로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실제 지역적 배경을 가지고 있고, 성경에서 기원 전후의 역사적 상황과도 맥을 같이 한다. 종교의 시대, 인간의 형상을 한 유일신 이전의 신화이고 아무 제약 없이 펼쳐진 문명이다. 가톨릭이 신성을 정의하기 전, 신과 우주에 대한 종교와 과학 이전의 상상력, 그 원형을 맛볼 수 있었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인간의 욕망의 원형을 담고 있다고 하는데, 수메르 신화도 수많은 욕망과 창조력, 상상력의 원형을 담고 있다. 그렇기에 강력한 상상력 자극제, 모티프의 보고가 아닐까?

에필로그의 아쉬움에 힘입어 길가메시 서사시를 읽어보고 싶은데, 몇 권 서칭해 보았지만 녹록지 않아 보였다.

아무래도 멍개 작가님을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

너무 배경지식이 없어서, 나에게 길고 긴, 예상치 못하게 심하게 신선했던 책이었다.

힘들게 읽고 보니, 그리고 길가메시 서사시를 잠시 서칭해보니 만화로 보는 쉽고도 멋진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