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크리스티앙 보뱅은 이 모든 세밀한 사실과 감정을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읽는 내내 눈에 그려지는 듯한 장면들과 물 흐르는 듯한 사건의 전개, 그 사이의 내밀한 정서는 전기라기보다는, 한 편의 소설을 읽는 것 같았다. 시대를 지나서 그 당시의 상황을 반추하며, 에밀리 디킨슨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들의 성품과 성향에 대해서도 주의 깊게 고려해서, 많은 부분을 보여주고 있다. 때로는 말을 아끼는 듯, 설명을 멈추고 사색하며 읽는 이의 도약을 요구한다. 아마도 이러한 여백이 없었다면, 많은 감정을 알아채지 못했을 것 같다. 아마도 에밀리 디킨슨 자신 보다 더 깊은 이해에 가닿았을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누군가의 삶에 영감을 받고, 그 삶에 대해 깊이 알아보고 많은 사실을 재구성해 낸 작가의 사려 깊음이 놀랍다. 미화하거나 일갈하거나 넘겨짚거나 재정의하는 게 아니라, 사려 깊다는 느낌이 가장 강렬했다. 에밀리 디킨슨이라는 섬세한 인물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이해력을 발휘하여, 소중하게 그려낸 것 같다. 따뜻한 시선과 공감이 이해의 열쇠였을 것 같다.
실재하는 인물에 대한 섬세한 고찰은 어째서인지 위로가 된다. 누군가를 이렇게 바라보고, 이해하고, 반추한다는 것, 에밀리 디킨슨이라는 인물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 가는 과정이 아니라, 그녀의 심리상태와 고독과 괴로움을 따라가 깊은 감정을 느껴보는 기분이었다.
천국은, 불안을 달래 줄 무언가가 우리에게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는 장소이다.
84p
자신의 삶을 누군가가 이렇게나 깊게 이해할 줄 지, 에밀리 디킨슨이 알 수 있었다면 큰 위로가 되지 않았을까? 그녀의 모든 행동은 그녀만의 감성으로 마땅히 이해되어야 할 예민하고도 온전한 행동이었다. 한편으로는 완전한 삶을 살았을, 자신의 감성을 풀어낼 시라는 매개체를 훌륭히 활용한 그녀의 삶에 경의도 느낄 수 있었다.
아름다운 글, 그리고 깊고 시적인 감성, 또 왠지 모를 위로를 많이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