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주 미친 반전
유키 하루오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선잠을 자다가 일어나 새벽이라기에 너무 이른 시간, 책을 좀 읽다가 한 잠 더 자려고 집에서 제일 따뜻한 식탁 옆에 불 하나만 켜고 서서 읽은 게 잘못이었다. 온몸에 소름이 얼마나 돋을 수 있는지 제대로 알아볼 수 있었던 <방주>. 다시 자기는커녕, 새벽이 되고, 기대보다 충격적이었던 반전에 처음부터 헤집느라 날밤을 제대로 샜다.

방주를 비웃는 쪽

창세기의 방주를 인용한 미스터리라니, 구원의 약속인데?! 하지만 주인공들은 노아 일족이 아니라, 방주를 만드는 노아를 비웃는 쪽에 가까운 사람들(39p)이다. 이들과 방주의 결합은 최악의 콜라보를 보여준다. 처음에는 부자연스럽게 몰입해 들어갔다. 굳이? 여기를? 왜? 정말? 그것밖에 방법이 없을까? 하지만 여러 인물들도 구시렁대며 어쩔 수 없이 상황 속에 빠진다. 같이 간 일행이, 결혼 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사이가 나쁜 배우자가, 친구가, 사촌이 한 발짝 먼저 가면, 작게 투덜 대면서도 따라가기 마련이다. 시간이 늦어서, 뭐 어떠랴, 모두 가벼운 마음이었지만, 꼼짝없이 '클로즈드 서클' 안에 갇히리라고는 누구인 들 알 수 있었을까.

나의 의심과 상황에 대한 부정은 채 차근차근 해소된다. 그 후, 보장된 몰입감이 기다리고 있다.



탈출부터 해야지!

미스터리 초보자로서 추리를 느긋하게 즐겨야 하는데, 추리보다 상황이 긴박해 보였다. 무슨 문제가 터졌을 때, 원인을 먼저 파악하는 편인지, 또는 상황을 해결하는 게 먼저인지 나눈다면, 나는 상황 해결이 우선이다. 상황을 해결하고, 원상복구를 한 다음에, 원인을 파악과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게 내 사회생활의 지혜였던 것 같다. 그런데, 이들은 지금 지하에 갇혀서 나가야 하는데 범인이나 찾고 있다.

정말, 폐쇄된 지하 건축물에서 빠져나갈 방법이 없는 걸까? 그냥 좀 나가면 안 될까? 정해진 시간, 그 와중의 살인사건, 범인을 찾네 마네, 아니 나가야 하는데!

하지만 사건 해결보다 탈출을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그건 그야말로 범인이 할 만한 주장이니까.

109p

그.. 그렇다. 난 범인이 할 만한 주장을 하다가, 범인 대신에 죽기를 자초할 뻔했다. 긴박할수록, 천천히, 그래서, 누구일까, 누구지, 왜? 긴박함은 긴박함 대로, 추리는 추리대로 균형을 이루며 전개되었고, 몰입감과 긴장감은 계속해서 올라갔다.



정말 반전이 있을까? 뇌 정지라니~

반전은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고 해야 맞을 것 같다. 나는 기대보다 못 미치는 걸 싫어해서, 그리고 웬만하면 책에는 무척이나 호의적이어서, 그저 범인과 사건이 종료되기를 원했다. 그리고 뇌 정지라니~ 그런 재미있는 말은 누가 먼저 쓰기 시작했을까?

미스터리 초입의 우려와 불신을 차근차근 해소하고, 결국은 몰입시키는 기술 좋은 작가는, 날 위한 반전도 아주 잘 준비해 주었다. 나는 작가의 의도대로 착하게 소름이 하나씩 하나씩 돋았고, 작가가 준비한 미친 반전에 뇌 정지라는 것도 경험해 보았다. 아마도, 읽고 반전에 미친?! 이러고 쿨쿨 자는 게 아니라, 뇌 정지라는 게 풀리고 나면 사건들을 반추하며 날밤 새는 것까지 작가의 의도였을 것 같다.

'미친 반전', '뇌 정지'라는 자극적인 멘트에, '기대 이상'이라는 식상한 멘트도 하나 더 붙이면 너무 뻔한 1위 미스터리 소설의 평으로 완벽할 듯하다.

밤에 보면, 방주의 기분을 제대로 느낄 수 있으니, 밤에 보기를 추천?! 특히, 날밤 새고 싶은 날에 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