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들 - 닐 게이먼과 26인 작가들의 앤솔러지
로디 도일 외 지음, 닐 게이먼 외 엮음, 장호연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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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0여 페이지에 달하는 이 통통한 책은, 벽돌책으로 대우하지 않고 여기저기 들고 다녔다. 아무 때나 꺼내서, 여유 시간이 별로 없을 땐 짧은 이야기를 골라 읽고, 좀 여유가 있으면 긴 이야기를 골라 읽었다. 무슨 이야기를 읽어도 흥미진진한 <이야기들>!

SF-판타지-호러 컬렉션

SF - 판타지 - 호러는 아무래도 재미가 생명인 장르 아닐까? 그리고 같은 듯 다른 매력이 있다. 생각지 못한 공상과학이 튀어나오거나 환상의 존재가 나오거나 엄청 무서운 건 - 서로 다르다! 호러는 평소에 찾아 읽는 장르는 아니기 때문에, 호러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무척이나 짜릿했다. 판타지일까, 상황을 잘 믿지 못하다가, 호러로 전개되면 머리가 쭈뼛 설 수밖에.

각 단편은 제목과 잘 모르는 영미권 작가 이름만 달랑 쓰여있는 페이지로 시작되기 때문에(*작품 해설은 따로 없고, 작가 소개만 3-4줄로 간단하게 맨 뒤에 모아져 있음.), 첫 문장을 읽을 때부터 두근댄다. 조 R. 랜스데일의 <별들이 떨어지고 있어>의 첫 문장 "죽었다던 딜 애로스미스가 돌아오기 전, 그는 저물어가는 달빛 속에 들판을 가로지르며 자기 집을 찾고 있었다."를 읽으면서는 죽었다던 게 거짓말일지, 다른 차원인지, 유령 이야기인지 조심스레 읽기 시작했다. 서정적인 제목은 기대감을 더했다. 하지만 40페이지 분량의 단편을 다 읽고 나서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독특한 서늘함이 뇌리에 깊게 남았다. 여러 장르를 염두에 두며 읽는 건, 의외로 광활한 경험이었다.



읽어야 하는 이야기!

우연히 제목이 같은 건지도 모르겠지만(그럴 리가?), 표제작이라고 생각한 마이클 무어콕의 <이야기들>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예순두 살의 작가들은 이야기에 미친 사람들이었고, 일부는 현실의 판타지를 꿈꾸는 사람들이었다.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좋아하는지 알고, 자신들이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은지도 안다. 이들은 이야기를 찾아내는 희열을 느끼는 동시에, 비릿한 현실 속 이야기들에 상처받았다. 그리고 안전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기를 꿈꿨다.

재미있는 이야기 vs. 재미있는 현실

이야기 속 판타지 vs. 현실 속 판타지

이들의 섬뜩한 결론, 그리고 '이야기'의 매력과 마성은 의외로 충격적이다.

아무래도, 재미있는 이야기는 읽어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더 많은 이야기를! 읽는 걸로!~



경계가 없는 <이야기들>

엮은이 중 한 명인 닐 게이먼은 서문에서 "장르 구분에 구애받지 않고 작가의 상상을 마음껏 펼치는 멋진 이야기"가 '우리가 읽고 싶은 이야기'라고 했다. 그리고 판타지 문학은 현실을 밝히기도, 왜곡하기도, 가리기도, 감추기도 하기에,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문학이라고 했다(15p).

이런 닐 게이먼의 단편 <진실은 검은 산의 동굴>(91p-129p)은 짧은 분량으로 묘령의 존재의 특징을 서서히 드러내고, 미지의 장소를 택해 기묘한 여행을 하게 한다. 여러 경계가 허물어져 지경이 넓어지고, 많은 것을 새롭게 볼 수 있는 경험은 독특하다. 위험하고 불안한 세계지만, 독자로서 이런 세계를 안전하게 탐험할 수 있기에 무척이나 즐거울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작가, 그리고 그 세계를 맛보고, "... ...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14p), 그리고 "이 세계에선 또 무슨 일이 일어나죠?" 하고 싶은 많은 이야기들을 골라 편집한 앤솔러지, 읽을수록 더 읽고 싶은 <이야기들>이었다.



각 단편을 읽기 시작할 때의 설렘, 무한한 세계, 흥미로운 전개 덕분에 고유의 강렬함을 느낄 수 있었고,

전부 다른 이야기이지만, 끊임없이 읽고 싶다는 게 공통점인 재미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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