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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 교유서가 소설 ㅣ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김이은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평점 :
김이은 작가님의 <산책>의 표제작 <산책>과 <경유지에서>는 내 이야기같이 공감이 돼서 놀랐다. 내가 너무 쉽게 동질감을 느끼는 걸까? 이번에 새로운 단편들을 열심히 읽다 보니 마음이 활짝 열린 걸까?
아무래도 등장인물 간의 관계가 너무 현실적이다. <산책>에서 자매지간인 여경과 윤경의 관계, <경유지>의 국적도 가치관도 다른 이화와 에릭의 관계는 서로 간에 접점이 좁은데도 불구하고 막무가내로 친밀한 관계이다. 형제자매의 성격이 랜덤인 것처럼, 남녀가 막상 함께 지내볼수록 전혀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인종인 것처럼 공유하는 건 많지만 생경한 게 현실적이다.
도대체 어떤 부분에 동질감을 느꼈는지 곰곰 생각해 본다. 나는 자매도 없는데, 그냥 서울에서 태어나 20년 이상 서울에서 살았지만 서울을 떠난 게 비슷하다면 비슷한 지점이다. 나머지는, 사실 겹치는 경험이 없다. 특히 <경유지에서>는 전혀, 아니라고 하고 싶은데. 묘하게 공감 가는 부분이 있다. 나를 잘 아는 사람들에게 이 소설에서 공감 가는 지점을 아무리 설명해도 납득시키지 못할 그런 부분에서의 공감이다. 국내 동시대 작가님의 소설을 읽을 때, 은근한 거부감이 드는 것과 반대의 느낌이다. 그래서 더 마음에 안 들고 석연치 않은 부분도 있다. 확신의 부족이랄까, 그냥 덮어 놓고 있다거나, 저질러 버린다거나 하는 부분들은 나 같아서 화가 난다. 이해가 안 된다고 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내용을 소설로 읽으니 은근한 위로가 된다.
나의 공감의 일부는 다름을 받아들이는 과정의 고단함과 아픔에 대한 공감이 아닐까 싶다. 보살핌 노동의 처연함에도 공감했는데, 이는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이었지만, 다른 밝힐 수 없는 지점의 공감과 더불어 공감했다,
갑자기 공감이 되고 또 의외의 지점에서 크고 작은 위로를 건네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