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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고양이 - 교유서가 소설 ㅣ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백건우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평점 :
추리소설 같은 단편으로 미스터리한 재미가 있었던 백건우 작가님의 <검은 고양이>. 표제작 <검은 고양이>와 또 하나의 단편 <쥐의 미로>는 두 편 모두 내가 좋아하는 환상소설의 느낌이 있다. 게다가, 표제작 <검은 고양이>는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맥락 덕분에 국내 소설로 이런 취향 저격 장르를 이제서야 읽어보다니 싶어서 조금 충격적이었다. 무척 재미있게 읽음.
<검은 고양이>에 나오는 그림이 '베르나르 뷔페' 풍이라고 하길래, 궁금해서 #베르나르뷔페 를 찾아보았다. 찾아보길 잘한 것 같다. 오싹하고 거칠고 판화 같은 느낌, 이도 취향 저격이었다. 어지럼증을 느끼며, 빠져들고 또 빠져드는 소설이다. 그리고 결국 길을 잃어버리는 소설이다. 그곳에 아마도 진실이 있을까, 허구 같은 현실을 벗어난 현실 같은 허구가 있다.
<쥐의 미로>는 자꾸 쥐가 나와서 당황했는데... 뭐 쥐가 많이 나오는 소설은 장편으로도 읽어봤으니 진정할 수는 있었다. CCTV를 모니터링하는 비밀스러운 직업을 가진 화자가 겪는 환각은 약간의 분열을, 그리고 얼마간의 진실을, 감당할 용기를 요구했다. 나는 그저 분열될 것 같은데, 용기가 없는 자의 최후는 어떻게 될까, 들어가서는 안 될 미로였는데, 이미 나도 모른 채 들어가 있을 지도 모르겠다.
작가님 하드디스크에 작품이 많다고 하는데, 재미있고 미스터리하고 환상적인 이야기를 꼭꼭 숨겨두신 듯하다. 어쩌면 몰래 찾아서 읽는 방법이 생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