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네의 일기
안네 프랑크 지음, 데이비드 폴론스키 그림, 박미경 옮김, 아리 폴먼 각색 / 흐름출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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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노블로 각색된 <안네의 일기>

상황과 맥락이 잘 이해되었던 <안네의 일기>

청소년기에 <안네의 일기>를 읽었을 테니, 아마도 한국 출판사에서 청소년에게 적합한 내용으로 편집된 부분으로 된 책을 읽었을 것 같다. 거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안네가 일기장에 '키티'라는 이름을 붙여 대화하며 이야기를 하기에, 나도 일기장에 이름을 붙여 주었고 한동안 일기 쓸 때 일기장 이름을 부르며 썼다.

<안네의 일기>를 다시 읽으면서 제대로 읽으려면 원문에 가까운 책이나 가능한 많은 내용이 담긴 책으로 읽어야 할지 고민했다. 하지만, 안네의 일기는 가족 중 유일한 생존자인 안네의 아버지에 의해 출판된 초판도 편집과 각색의 논란이 있다고 한다. 일기를 쓸 당시에 출판을 계획하며 쓴 것이 아닌 만큼, 어느 판본도 저자인 안네 프랑크가 의도한 원본은 아니다. 따라서, 일기를 제대로 이해하며 읽기 위해서 생략된 상황과 맥락을 잘 알고 있거나, 책에서 같이 설명하고 있는 책이 훨씬 풍성할 수 있다.



그래픽 노블의 장점 + 일기장 그대로의 감성

그래픽 노블로 각색된 <안네의 일기>는 당시의 상황이 배경 그림으로 편집되었기에 무척 새롭게 읽을 수 있었다. 나치가 정권을 잡고 독일 사회에서 유대인을 몰아내기로 작정했다는 언급은 나치당의 연설 장면과 당시의 독일 거리의 풍경으로 그려졌고, 네덜란드로 갔을 때 거기에서도 시작된 유대인 차별 장면도 네덜란드의 상황을 보여주며 이해를 도왔다. 은신처의 모습과 구조도 상세히 그림으로 설명되고, 자연스럽게 그래픽 노블의 배경으로 계속되니 따로 찾아보며 연결할 필요 없이 자세히 알 수 있었다.

더불어 안네의 일기가 갖는 큰 의의인 13살 소녀 특유의 감성, 솔직하고 세밀하고 간결한 문장들은 또 다른 방법으로 편집되어 읽는 재미가 있었다. <안네의 일기>는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성장하고, 매력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내용이기에 그림 한 장 없는 책으로도 오랜 시간 살아남은 책이다. 그래픽 노블은 이와 같은 내용 중 주요한 부분들은 일기장의 감성 그대로 1-2페이지를 통째로 실었다. 긴박하고 열악한 환경 속, 중간중간 매력적인 안네의 일기를 읽는 기분이었고, 상황을 느끼면서 일기의 내용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



깊은 감수성의 안네

안네의 고민들, 엄마와의 갈등, 세상을 향한 호기심과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은 전쟁과 은신처의 상황에서 비롯되지 않은 보편의 고민이었다. 안네의 발상과 일기에 풀어놓고 자신의 마음을 정리하는 방법은 일기 쓰기의 좋은 예시가 된다. 이 책을 읽으면 이렇게 깊은 고민이 담긴 일기를 쓰고 싶어진다. 안네의 솔직함도 본받을 수 있다. 누구나 똑같은 방식으로 고민하지 않고, 해결하는 방안도 다르지만, 예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안네만의 시선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은신처에서의 배고픔과 불편함에 함몰되지 않고, 세상을 원망하고 상황을 불평하는데 그치지 않은 것도 놀라운데, 어쩜 이렇게 다양한 생각들을 할 수 있었을까. 생각보다 훨씬 많은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나치 시대와 홀로코스트의 참상, 그리고 나아가 모든 전쟁의 폐해를 뚝 끊긴 일기처럼, 이어지지 못하는 수많은 삶의 한 조각이 고스란히 담긴 이야기도 없을 것 같다.

다시금 효과적으로 풍성하게 안네의 일기를 읽기에 새롭고도 몰입감이 높았던, 그래픽 노블 <안네의 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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