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열린책들 세계문학 6
안톤 파블로비치 체홉 지음, 오종우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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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의 선구자 안똔 체호프!

단편이 이 정도까지 재미있을 수 있는 지도 모르고 단편을 좋아하네 마네 했네?

신기하리만치 재미있었던 책!

읽는 재미가 꽉 차 있는 작품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은 총 17편의 작품이 있는데, 처음엔 무척 짧은 단편이라서 이렇게 재미있는 게 도대체 몇 편이나 수록된 건지, 한 오십 편 있는 건가 아닐까 기대하며 흥분했었다. 7페이지 분량의 짧은 단편은 짧은 호흡으로 분위기와 배경에 확 몰입하게 하고 순식간에 충격을 주며 끝났고, 40페이지를 훌쩍 넘는 단편(중편)은 거침없는 전개로 예리한 묘사와 함께 혼란을 선사하고 마침내 반전과 파국을 보여줬다. 17편은 그가 한 해에 단편 100편을 넘게 쓴 점을 고려하면 양이 적게 느껴진다. 더 읽고 싶은 안똔 체호프의 작품들!


몇 편의 짧은 감상

<하찮은 것들> 어린아이에게 중요한 것과 하찮은 것, 어른에게 중요한 것과 하찮은 것을 혼재시키며 분노를 유발한다.

<자고 싶다> 하녀의 일상을 어떻게 그렇게 잘 알고 있는지, 맛깔나게 잠이 쏟아지는 하녀를 보여주다가... 충격과 공포로 몰고 간다.

<6호 병동> 절묘한 서술이 나를 혼미하게 했다. 자연스럽게 미쳐버리는 과정, 그리고 미치지 않았다고 증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이미 미친걸까?

<검은 수사> 천재이거나 미쳤거나, 소박한 부녀에게 도대체 무슨 짓을... 부녀만큼은 아니겠지만, 읽다가 기함할 내용. 정말이지 멋들어진 판타지!?

* 표제작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 초반엔 한량처럼 행세하는 남자가 한심하게만 보였는데, 아무튼지 간에 고상한 척은 다하면서, 내가 딱 싫어하는 인물들이 순식간에 탄생하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와.. 분노... 이런 식이라니...

평범한 상황, 보편의 격정적인 감정

<문학 교수>도 기억에 남는데, 한없이 행복한 마음과, 그렇지 않은 마음 상태의 대비가 극명했다. 앞으로는 행복한 마음이 들 때 <문학 교수>를 떠올릴 것 같다. 그리고 행복한 마음이 없을 때도, 다시금 <문학 교수>를 떠올리며 반성할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는 어떻게 이렇게 평범해 보이는 상황에서 격정적인 감정을 단번에 끌어낼 수 있을까? 격정적인 감정은 심지어 보편적인 감정으로 넓은 지경을 갖는다. 순식간에 바뀌는 반전에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뭘까? 인간의 이해, 계급과 나이 성별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미묘한 심리의 포착도 너무나 놀랍다.



재미는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걸까?

한 해에 단편을 100편 이상 쏟아내고, 극작가로서의 명성이 더 높다 할 정도로 걸작인 희곡을 썼기에, 단편의 선구자, 근대 희곡의 아버지로 불리는 체호프는 안타깝게도 44세의 짧은 생을 살았다. 그중에 단편 17편을 읽고 무슨 감동을 받았다고 말해도 될까 싶지만, 어쨌든 강렬하고 재미있고 신기했다.

길이도 구성도, 메시지도 다양했고, 등장인물들의 직업도 부인, 하녀, 관료, 교수, 과수원 지기 등등 다양했다. 평범하면서도 짧은 단편에서 어떻게 이렇게 재빠르게 배경을 명확하게 설명하는지, 인물들은 어쩜 이렇게 생생하게 특징을 살려내는지를 뜯어보고 싶을 정도로 신기하게 빨려 들어갔다. 수많은 작가들이 그를 극찬하고 그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고 기법을 배우는 이유는 이런 놀라움이 발로일 것 같다.


불현듯 당혹스럽다. 이런 대문호를 배출한 국가가 러시아라는 사실은 러시아 문학을 읽으며 종종 안타깝다. 열린세전 전권 읽기, 러시아 문학이 앞으로도 많은데! 러시아는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는 도대체 왜 다 잊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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