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읽기 전에 위화의 소설은 처음이라 <허삼관 매혈기>와 <제7일>을 도서관에서 빌려왔다. 쉬워 보이는 <허삼관 매혈기>는 잠깐 펼쳤다가 빨려 들어가 술술 읽어서 거실에 서서 끝까지 읽었다. 마지막 문장까지 기가 차서 풉 하면서 끝나는 책이었다. 감동도 충격도, 재미도 슬픔도 뭐 하나 빠지지 않는 소설이었다. 작가 위화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쉬운 관문이지 않았을까?
<허삼관 매혈기>의 허삼관도 나이 든 노인인데, <인생>도 이 부분이 비슷하다. 다만, <인생>은 옴니버스 식으로, 민요를 수집하는 '나'가 한 마을에서 노인 푸구이의 이야기를 듣는 내용이다. 총 다섯 장으로 나누어져서 장의 앞과 뒤에 '나'가 잠깐씩 등장하고, 푸구이의 이야기가 주로 전개된다.
할아버지의 과거 회상은 구전 설화를 듣는 것 같은 신명나는 맛이 있고, 한편으로는 모든 상황에 초연한 느낌이 있었다. <인생>의 머리말에서 "작가는 독자에게 고상함을 보여줘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고상함이란 단순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일체의 사물을 이해한 뒤에 오는 초연함, 선과 악을 차별하지 않는 마음, 그리고 동정의 눈으로 세상을 대하는 태도다."라고 했는데, 이와 같은 작가의 관점을 잘 드러내기에 적합한 인물이 할아버지이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