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녀 이야기 (리커버 일반판, 무선) 시녀 이야기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김선형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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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에 마거릿 애트우드에 환호했지만,

시녀 이야기는 차일피일 미루며 읽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읽으니, 기대와 전혀 달랐다!

설정만으로도 충격적인 이야기, 그러나!

시녀 이야기의 설정은 여기저기에서 스포일러 되어 대강의 구조를 알고 있었다. 조지 오웰의 1984와 비견되기도 하는, 감시자 '눈'이 있는 상상의 사회 체제, 계급 사회이면서 출산을 위해 여성을 통제하는 사회이다. 이런 이야기는 어떻게 전개되어야 할까, 유토피아를 향한 이상의 합리성과 부조리를 드러내며? 현 사회와 대안 사회를 이중으로 비판하며? 하지만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 소설에 대해 거의 아무것도 말해주고 있지 않았다.

소설은 주인공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전개된다. 희뿌연 안갯속을 걷는 느낌이다. 주인공의 과거는 길리아드 국가 이전의 사회이기도 하고, 길리아드 체제 교육을 받을 때이기도 하며, 소설 속의 모든 상황과 장소도 과거와 미래 사이의 과도기적인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추리에 추리를 거듭하게 하는 구조이기에 분위기는 조심스러웠고, 문장은 날카로웠고, 숨겨진 의미는 소름 끼쳤다.

 

사회 속 개인

사회는 개인에게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갖는지에 대한 진부한 논의를 하고 싶지는 않다. 떼려야 뗄 수가 없다거나, 벗어날 수 없고, 개인의 운명과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이 얼마나 막강하면서도 하찮은지, 영혼을 파괴하면서도 아무것도 파괴할 수 없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이 책의 유일한 주제가 아니다. <시녀 이야기>는 더 많은 것을 뱉어냈다.

나처럼 산만한 성격의 독자에게 빠져나올 수 없는, 잘 만들어진 어려운 퍼즐을 푸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조금씩 부분을 맞춰가면, 그곳에 잔혹 동화와 같은 그림이 보인다. 난 퍼즐을 아주 좋아해서, 퍼즐 상자에 그려져 있는 그림과 퍼즐을 맞췄을 때 나오는 그림이 다른 700피스가 넘는 퍼즐을 맞춰본 적이 있다. 고난이도였다. 꼭 그런 퍼즐과 같았다. 나는 그 퍼즐을 밤을 꼴딱 새 가며 맞췄고, 이 책은 책장을 찢어가며 읽고 싶었다. 물론 찢지는 못하고,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밑줄을 조금 그었을 뿐이지만...



황홀한 소설

어쨌든 난 이 책의 주제나 문제의식을 말하기를 포기하고, 황홀한 소설이라고 하고 싶다. 나는 자유에 대해서 생각했고, 여성의 분화된 역할은 현실에서 한 여성에게 강요된 현실 그 자체처럼 느꼈고, 과거의 과격한 체제 전환의 모습이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는 미래의 잔혹함 앞에 움츠러들었다. 사이사이의 인물들은 전형적인 듯 비전형적이었고, 생각할 문제는 하나처럼 보였는데, 예상치 못한 전개로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게 했다. 내가 이렇게 멍청했던가? 나는 이 책을 황홀한 소설로 조각조각 즐기는데 만족하고 싶다. 그렇게 완성된 퍼즐은 추억이 가득하고, 볼수록 매력적이다.

독특한 설정은, 사실 중요하지 않았다. 애트우드의 말들, 그리고 기묘한 전개, 도발적이며 냉소적이고, 예리하기에 위로가 되는 문장들이 좋았다. 난 계속 이 책을 읽어야겠다. 그리고 현명하게도 세트로 같이 사 둔 <증언들>도 얼른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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