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양식·새 양식 열린책들 세계문학 284
앙드레 지드 지음, 최애영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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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슨하게 띄엄띄엄 읽었지만, 정독으로 향했던 <지상의 양식 · 새 양식>

탄식, 찬미, 쾌락

근래에 읽은 어떤 책 보다 ... 귀족적이었다. 정확히는, 부르주아적인 게 맞겠지만. 한가로웠다. 처음에 집중하지 못했던 이유가 그런 부분에서 오지 않았나 싶다. 탄식하듯이 가상의 인물 '나타나엘'을 부르며, 책들을 모조리 다 태워 버리기를(37p) 원했다. 젊음과 열정과 아름다운 것들에 대한 찬미, 쾌락을 노래하는 <지상의 양식>. 좀 의외였다. 아니, 사실 앙드레 지드 다운 게 그러한 자유로움인 걸 미처 몰랐었다. 앙드레 지드는 끊임없이 한계를 넘어서기를 희망했다. 자신을 속박했던 규범과 굴레를 벗어버리기를 염원했다. 심지어 시간이 하나의 차원만 있을 뿐이라는 걸 끔찍하게 생각했다(79p).

각각의 도시마다 한 가지 방탕의 추억을 연결시킨다(89p)면서, 베네치아, 리도섬, 피렌체, 로마, 노르망디 땅 라로크(?), 아드리아해, 알제, 등 이탈리아와 타국을 넘나들며 단상을 남긴다. 그의 문장은 아름다웠고, 사랑과 기쁨을 향한 열정은 순수했다. 느슨하게 읽으면서, 사실 공감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순수한 찬미의 마음을 잊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리 치열하게 살고 있지도 않으면서, 치열함을 가장하는 게 더 익숙했던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 기쁨을 멀리하고 있지 않았나 생각할 수 있었다.




 

지상의 양식에서 새 양식으로

<지상의 양식>을 발표하고 38년 후에 발표된 <새 양식>은 앙드레 지드가 <지상의 양식>의 인기를 의식하며 새로이 구상한 명상을 담은 책이라는 점에서 어떠한 차이가 있을지 무척 궁금했다. 젊은 날의 쾌락의 추구를 부인할 것인지, 방종함을 반성할 것인지에 대한 우려 내지는 뻔한 전개가 걱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상의 양식>의 골자 내지는 큰 부분을 부정하지 않는 모습, 그리고 그를 약간 수정하고 가다듬는 듯한 전개는 앙드레 지드의 방향성을 더 잘 알 수 있게 했다.

그가 홀연히 떠났던 청교도적 종교 윤리와 자아도취 속에서 간과한 듯 보였던 이타성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도 좋았다. 탐구했었던 철학적 사유에 대해서도 나름의 입장을 내놓았으며, 앙드레 지드 식으로 해결 불가능한 문제들을 넘어가고 잊어버리는(256 p) 방안도 알 수 있었다. <지상의 양식>의 아쉬움과 달뜬 분위기를 진정시켜주는 <새 양식>으로 앙드레 지드의 신조가 더욱 명확하게 와닿을 수 있었다.



유용하고 희망찬 메시지

<새 양식>으로 넘어가고 다방면의 앙드레 지드의 생각들을 알아갈수록 흥미로웠고 점차 이 책의 메시지가 유용하고 희망차게 느껴졌다. 삶에 대한 사랑이 가득 차오르고, 나의, 나만의 온전한 삶을 살고자 하는 열망을 채울 수 있었다. 힘 있는 필치로, 그의 젊은 날과 자신의 젊은 날을 부정하지 않는 노년의 포용력과 성숙함을 느낄 수 있어서 무척이나 감동적이었다. 어쩌면 현시대에 잘 맞는, 아니 이전부터 인기가 있었던 책이니, 늘 청년이고자 하는, 자신을 믿기를 주저하지 않는 이들에게 꼭 맞는 책이 아닐까 싶다.

역시나 좋았던, 처음에 게으름 부리며 느릿느릿 읽은 게 민망했던,

실패 없는 고전 읽기였던 <지상의 양식 · 새 양식>

후반부는 통째로 필사하고 싶은 생각인데, 나중에 꼭 필사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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