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안인희 옮김 / 푸른숲 / 1998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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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크는 엄청나고,

슈테판 츠바이크도 대단하다.

<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은 엄청 대단한 평전일 수밖에!!

츠바이크 + 발자크 = 감탄할 조합

읽는 내내 감탄했다. 1장부터 화려하고 말도 안 되는 발자크를 소설보다 더 세밀하게 그리고 채워 넣는 츠바이크의 서술을 보면서 이 둘의 합에 압도되었다. 츠바이크는 쉽게 알 수 없는 일들을 세밀하게 묘사하며 재현해 내고, 각 인물들의 심리, 본능의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욕망과 스스로 결코 깨달을 수 없는 영혼의 무늬를 찾아냈다.

발자크의 일생을 연대기 순으로 배열하면서도, 특이한 점은 샅샅이 살피고 부연했고, 많은 글을 인용하기에 따라가기에 지루하지 않은 구성의 평전이다. 아주 짧은 편지까지 샅샅이 뒤져 절묘한 부분을 인용하고, 발자크가 쓴 수많은 작품들을 언제 썼는지 배열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발자크의 작품 속 인물 중 그 시절의 발자크의 경험이 직접 녹아있는 인물들을 찾아내 소설 속 인물의 묘사를 발자크의 글 그대로 인용하기도 했다. 읽기에 재미있고 수려하고 유익한 건 말할 것도 없고, 경탄할 수밖에 없었다.

한 인물을 이렇게 자세히 해체하고 되살려 낼 수 있다니, 그런데, 그 인물이 그냥 얌전한 사람도 아니고, 발자크를 이렇게 할 수 있다니, 놀라웠다.



 


 

정도를 벗어난 발자크

발자크라는 인물은 지루할 틈이 없는, 전방위적으로 어리석고 가엾은 인물이다. 그의 가여운 운명은 당연히 어린 시절부터 시작되었는데, 이도 지루하지 않다. 발자크의 아버지가 농부에서 부르주아(시민)으로 탈바꿈 한 과정, 어머니의 소시민적인 만행들, 그의 어린 시절의 황폐하고 불우했던 환경은 다른 인물이었으면 어쩌면 배경으로 충분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발자크에겐 이런 배경에 비중을 많이 둘 수는 없다. 결코 어머니를 떨쳐낼 수는 없었지만, 어머니를 몇 페이지 이상 조망하기에 그의 삶에서는 조망할 것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그의 결핍과 성격은 어린 시절에 형성되었더라도, 그 이후로도 끊임없이 심하게 왜곡되고 부풀려졌다.

가족들을 경악시킨 첫사랑은 국경을 넘는, 당대와 후대의 전 세계 사람들을 망연자실하게 한 마지막 사랑의 작은 전조에 불과했고, 첫 번째 사업 실패는 그 뒤의 수많은 실패에 비하면 어린아이의 장난 수준이었다. 그는 분명 위대한 소설을 썼지만, 위대한 소설은 그가 쓴 졸작들에 비하면 몇 편 되지도 않았다. 그는 극장을 구하고 관중을 채우고, 표가 다 매진되었다고 허위사실을 유포하면서 희곡을 열정적으로 엉망으로 쓰고, 궁지에 몰려서야 마지못해 걸작을 썼다. 글 쓰는 일에 국한하지 않고, 인쇄소, 신문출판, 주식, 부동산, 고물상 등 온갖 일을 헤집고 다니느라 시간을 허비했다. 그중에서도 평범하지도 고귀하지도 않은 사랑을 하면서도 시간을 열심히 허비했다. 그러면서도 신은 창조에 6일밖에 안 걸렸는데, 자신은 창작을 15년 동안이나 했다며 불평(548p) 했다.

그는 마법을 통해서만 갚을 수 있는 액수(493p)의 빚을 지고서는 무엇이든지 적당한 정도라는 것을 벗어나(197p), 어떠한 실패를 통해서도 교훈을 얻지 못하고(505p) 어리석음으로 안락한 삶을 희망했다.



애정 어린 복원을 통해 다다를 수밖에 없는 공감

발자크의 파란만장한 실패와 성공, 수많은 우여곡절과 어리석은 행보는 나열해 놓으면 머리가 지끈거리는 형국이었다. 하지만 츠바이크는 모든 과정을 세심하게 엮고, 사이사이의 심리를 파악해나갔다. 전후 사정을 충분히 숙고하고, 발자크의 욕망과 바람, 성격을 살려냈다. 발자크를 응원하고, 그와 동화되고, 그가 마침내 찾아낸 세상에서 그만이 쓸 수 있는 걸작 <인간희극>의 미완성을 안타까워할 수밖에 없었다.

유한한 인생을 그처럼 정도를 벗어나, 마법을 꿈꾸며 산다는 것, 그 어마어마한 과정을 알 수 있게 하고, 문학적으로도 완벽하게 그려낸 <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은 발자크도 더 읽고 싶고, 당연히 츠바이크의 글도 더 읽고 싶게 하는 완벽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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