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R - Rossum's Universal Robots 로숨 유니버설 로봇
카테르지나 추포바 지음, 김규진 옮김, 카렐 차페크 원작 / 우물이있는집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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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렐 차페크의 희곡, 'R.U.R - 로숨 유니버설 로봇'

다른 어떤 판본이 아닌, <그래픽 노블>로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희곡의 성공적인 재현 방법, 그래픽 노블

크고 멋진 양장 판본으로 일단 나를 현혹시킨 책, 만화책의 느낌이 아닌, 프롤로그와 1장으로 시작되며 시작부터 웅장했다. 연극을 하는 듯한 인물들, 배경들, 등장과 퇴장, 희곡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 색감도 분위기도, 장면 전환도 희곡은 만화의 구성과 어우러져 성공적으로 재현되었다. 희곡은, 그래픽 노블이 제격 아닐까? 이 그래픽 노블을 접해 보는 것만으로도 멋진 경험이었다.



 

희곡이라는 장르는 나에게 읽기가 까다로운 장르로 각인되어 있다. 어렵기도 한데, 정확히는 계속 내용 외적인 부분을 상상하는 게 힘들고, 그러면서 흐름이 뚝뚝 끊기기에, 비선호하는 문학 분야이다. 희곡은 분명 멋진 문학의 장르이나, 장면을 상상하고, 등장인물의 움직임과 대사를 느끼고, 여러 요소 간의 전환을 감행하며 감정선을 따라가는 모든 과정은 끊임없는 능동적인 상상과 해석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런 모든 고단한 작업이 그래픽 노블에서는 유려하게 펼쳐진다. 멋지고, 편하고! 게다가 아름답고, 그래서 옳다.

흠.. 하지만 이 이전에 멋진 희곡이 있었기에 가능한 건, 부인해서는 안되겠지?!



 

수월하게 즐긴 충격적인 이야기

읽기 편한 그래픽 노블로, 희곡 <로봇>이 던지는 묵직한 주제를 수월하게 음미할 수 있었다. 로봇을 처음으로 만든 이유, 로봇에게 사람들이 바라는 것들, 사람의 생각으로 만들어낸 창조물의 한계, 그 한계와 경계가 무너졌을 때의 최후 등, 등... 생각할 거리가 무궁무진했다.

각 장별로 분위기가 현격히 바뀌었고, 마지막의 여운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눈에 아른거리고, 로봇들의 이미지도 쓸쓸하게 남는다. 책장은 가볍게 넘어갔지만, 생각은 자꾸 머물렀다.

로봇 VS 로봇, 로봇 VS 인간

카렐 차페크의 <로봇>은 로봇이라는 단어의 기원이 된 작품이기에 어떤 로봇을 그리고 있을지가 가장 궁금했다.

그 당시에는 없었지만, 현재에는 로봇을 비교해 보고 싶었다. 하지만, 극 속의 로봇과 현재의 로봇 사이의 간극은 크다. 사실상 그 근본도 다르고, 발달의 양상도 달랐다. 묘하게 카렐 차페크의 로봇이 훨씬 미래적이기도 한 건 좀 놀랍다. 그리고, 우리는 아직도 카렐 차페크의 로봇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 의문도 들었다. 우리는 아직도 카렐 차페크의 로봇을 만들려고 하고 있는 건 아닐까, 두렵기도 했다.

카렐 차페크의 로봇은 분명한 연구결과이지만, 과학기술이라기보다는 금단의 주술 같기도 한데, 로봇에게 원하는 것과, 로봇에게 주지 않으려고 하는 것들이 섬뜩했다. 인간과 로봇의 경계는 어디에 세워야 할까?

완벽한 로봇의 최고 가치는 지능, 기억력, 실용성 등이고, 인간은 가지고 있지만 로봇에게는 쓸데없는 기능들을 제외한다. 그리고 고통을 없애고, 영혼을 주지 않는다. 그리고 만나는 파국과 마지막 희망은 무엇이 될까?



만화이면서도 절제의 미학을 보여주며, 매력적인 주인공, 그리고 주변 인물들을 매력적으로 그리고, 희곡의 장 분위기를 잘 살려주었던 그래픽 노블의 <R.U.R - 로숨 유니버설 로봇>.

음, 여러모로 멋진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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