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버 - 어느 평범한 학생의 기막힌 이야기
프리드리히 토어베르크 지음, 한미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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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종일관 충격적이었던 <게르버>. 금서 또는 필독서의 매력을 갖고 있다.

이 책을 누가 읽으면 좋을지 생각해 본다면, 아무래도 학부모와 선생님은 꼭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학생은? 주인공인 게르버와 같은 나이인 고3, 마지막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는 학생들은? 과연 이 책을 ‘올바르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주인공 게르버, 독특한 캐릭터

주인공 게르버는 독특한 인물이라고 느꼈다. 우리나라에는 없는 캐릭터일까, 싶기도 하다. 일단 연애도 자유롭고, 친구들과 방학기간 스키 여행을 가고, 스스로 조직한 공부 모임을 갖거나, 학교 선생님 집에서 개인 교습을 추가로 받는 등의 문화가 다른 부분으로 인해 게르버의 자유분방함과 주체적인 태도가 우리나라 학생의 모습과는 다르다. 하지만 게르버는 성숙할지언정 그리 뛰어난 학생도 아니고, 모범생이나 아주 정직한 학생의 모습도 아니었다. 나름의 정의감과 분별력이 있는 학생이다. 다양한 게르버의 모습이 소설 전반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와서 게르버를 좋아할지 매력에 빠질지, 이 ‘학생’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혼란스럽게 했다.

내가 게르버의 상황이라면, 게르버처럼 행동할지 생각해 보면 20%도 일치하지 않았다. 내 친구라면 이해하려나? 나의 학생이라면, 나의 아들이라면?

문제의 선생 쿠퍼 신

게르버는 특이할지언정 공감과 흥미를 유발하는 캐릭터였지만, 문제의 담임 쿠퍼 신은 분노를 자아낼 뿐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악랄한 선생이 있을 수 있을까 싶다. 선생이라는 권력 위에, 학교 내에서의 독보적인 지위를 즐기며, 알량한 독단과 자신이 행사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학생들 위에 군림하는 선생. 학교 밖에서는 아무런 힘도 없지만, 학교 안에서는 신과 같은 위상을 즐기는 선생… 이런 선생이 학창 시절에 있었던가? 어째서 몇몇 선생님의 얼굴이 생각나려고 하는 건 조금 당황스럽다. 그렇게 비현실적인 인물은 아닌 걸까? 몇 구절에서는 미화된 추억을 뚫고 생각나는 불합리한 경험들에 소름이 돋고, 과거의 경험 곱씹는 경험을 하게 되는 건 개탄할만하다.

소설의 상황 자체가 흥미진진할 수밖에 없다. 유유히 걸어 다니는 게르버라는 학생은 그냥 두어도 다소 위태롭다. 쿠퍼 신은 당연히 질책해야 하는 뻔한 상대 대신에 게르버의 ‘기를 꺾겠다’고 하는데…


 

학교와 사회

게르버가 ‘학생’이라는 사실, ‘졸업시험’이라는 최종 관문 앞에서 판관인 선생님들의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하는 피시험자이자 부모님의 기대를 충족시켜야 하는 증명책임을 진 자의 입장은 문화와 시대의 차이를 떠나 보편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게르버의 마음을 사로잡은 ‘리자’는 이미 졸업시험 전에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졸업시험’은 2차 성징처럼 자연발생적이지 않다. 그들이 만들어 놓은 가치와 질서, 방법 앞에 자신을 욱여넣는 아이들. 사회로 나아가기 전에 한껏 타락해 가는 과정들. 그 쓴맛이 비릿하기만 하다.

인생이 학교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믿는다면 그건 잘못이다.

p. 216

인생이 학교와 얼마나 관계가 있을까? 그때는 다 그렇고 그것도 못하면 뭘 할 수 있으려나. 정말 그럴까? 정말 그렇던가? 틀렸다는 걸 알 면서도 바꾸지 못한 게 아닐까?



 


학부모와 선생님들이 읽고, 학생도 읽어야 한다. 읽을 수 있다면 읽었으면 좋겠다. 학생이라고 꼭 올바르게 이해할 필요가 있을까? 그들이 더 잘 이해하고 그들이 옳을 수 있다는 걸 인정할 용기가 없는 게 아닐까?

정말 너무 충격적이었고, 깊은 감정, 잊었던 감정들을 되살려내어 분노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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