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와중에 스무 살 - 제1회 창비교육 성장소설상 대상 수상작 창비교육 성장소설 7
최지연 지음 / 창비교육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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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 스무 살

최지연 장편 소설 | 창비


✨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


중고등학교 때 공부하라는 말을 어느 정도 잘 들으며 공부하고, 성적에 맞춰 대학에 진학한 무난한 대학생, 연애도 많이 하고, 장학금도 못 받고, 수업도 대강 들으며, 동아리방도 드나들고, 알바도 하는 대학생은 참 평범하지 않나? 엄마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것도, 끊임없이 연애를 하는 것도 나에겐 무척 익숙했다. 그래서 쉽게 공감이 되었고, 무난하게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주인공의 고민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내가 스무 살부터 흘려보낸 시간보다, 내 아이가 스무 살이 될 때까지 남은 시간이 더 짧기에 스무 살에 공감해도 될까 살짝 경계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은호의 엄마가 등장하기에, 나는 그 중간에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고, 바로 나의 위치에서 나와 접점이 있는 깊은 주제로 공감할 수 있었다. 스무 살을 회상하는데 그치지 않을 수 있어서 기대 이상으로 좋기도 했다.



✨ 나도 풀지 못한 고민 ✨


평범한 대학생인 은호의 고민은 언뜻 보기에는 평범하다. 은호가 대학교 내의 무료 상담실을 찾게 된 계기는 ‘학생들이 성숙한 사회인으로 성장하도록 함께 노력하겠다’(15p)는 평범한 안내 게시물 때문이었다. 은호는 게시물에 언급된 ‘건강’, ‘활기’, ‘성숙’이 필요하다며 상담실 문을 열었지만,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성숙한 사회인으로 성장” 하고 싶어 할 테니깐 말이다.


은호는 상담실을 통해서 점점 문제의 본질에 다가간다. 나는 은호의 이야기를 읽을수록 이십 대에 상담사를 만날 운도 없었을뿐더러, 은호와 유사한 고민을 하는 둥 마는 둥 치열하게 하지 못하고 그저 지나쳤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 대가로 나에게 계속 내가 원하지 않는 그다음의 노력이 요구되는 삶이 부과된 게 아닐까?



✨ 성장의 다양한 경로 ✨


은호의 고민은 곧바로 드러나지 않는다. 은호 자신도 무엇이 문제인지 잘 모른 채 우연히 상담실을 찾았기에 고민은 처음부터 명확하지 않았다. 서울의 대학교 앞 자취 방에 들이닥친 엄마가 당면한 문제라고만 생각한다. 딸을 다 성장시킨 엄마, 그리고 엄마가 답답한 딸, 엄마는 계속 딸을 성장시킬 수 있을까? 아니면 반대로 딸이 엄마를 성장시킬 수 있을까? 나는 이 모녀관계에 시선이 쏠렸다.


소설엔 은호의 엄마 외에도 여러 매력적인 인물들이 나온다. 유니콘 같아 보이는 남자친구 준우, 은호보다 큰 폭으로 흔들리는 윤지 선배, 은호에게 기회를 주는 카페 사장이 그렇다. 아마 연인 관계, 선후배 관계, 사회 관계를 중점적으로 보더라도 소설이 제시하는 고민과 성장으로 연결되는 연결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소설은 독자에게 여러모로 친절한 소설이다.



소설의 마지막 장 “그늘의 가능성”에서 은호의 고민도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그늘’이 어떤 그늘을 말하는 것일지 조마조마하며 읽었지만, 생각지도 못한 그늘과 그 가능성에 대해 곰곰 생각하면서 여운을 느끼며 소설을 덮을 수 있었다.




꼭 한번 고민해야 할 중요한 문제를 던져주면서, 다양한 경로의 공감을 열어둔 소설, 나도 나의 자세를 성장시킬 수 있는 소설이었다.


은호처럼 현재 ‘건강'과 '활기’가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성숙'을 원한다면,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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