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5
제임스 미치너 지음, 윤희기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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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하)는 사실 정신없이 읽은 지가 꽤 되어서.. 서평을 쓰기 전에 차분히 다시 읽으려다가 또 재미있어서 푹 빠져서 읽었다(역시 책은 재독). 3부 비평가 칼 스트라이버트는 기기묘묘하고, 4부 독자 제인 갈런드의 이야기는 충격받기에 충분했다. 1부 작가 루카스 요더가 점잖았던 건, 역시나 작가의 음모였어!!!

엘리트 비평가

비평가 칼 스트라이버트는 독일 시골에서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고 대학에 갔지만, 입학 전 이미 두 개의 외국어에 능통했으며, 장학금도 받고 높은 학점을 유지하며 여러 교수님들의 선택을 받는다. 일찍이 교수가 되고, 명망 있는 교수의 동반자이자, 카리스마 있는 비평가가 되어 천재 작가의 데뷔 지원군, 다수의 작가를 발굴해 내는 성공 가도를 달린다.

‘편집자 되기’에 강렬한 인상이 있었던 2부 ‘편집자 이본 마멜’의 고군분투와 대비했을 때 3부의 비평가 교수님은 너무 독보적인 코스를 밟는 것처럼 보였다. 비평가란 이렇게 닿을 수 없는 존재인 걸까? 아무래도 3부 비평가의 방점은 다른 곳에 찍혀있지 싶다. 조금 의아하기도 했지만 역시 소설가의 세계와 편집자의 세계를 알고, 비평가의 세계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누가 훌륭하고, 누가 그렇지 못한 지에서부터 시작해서 미국 소설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그리고 교수님 생각이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 이 모든 생각을 집약시키고 구체화시켜야 한다는 뜻이죠.

3부, 비평가 칼 스트라이버트

성독, 성공한 독자

독자의 역할을 맡은 제인 갈런드도 평범한 독자가 아닌 점이 좀 아쉬웠다. 중간에 수많은 독자의 양상을 보여주는 짧은 분량의 내용이 있어서 아쉬움을 조금은 달래주었지만, 그 부분을 제외하면, 독자를 대표하기에 제인 갈런드는 독자이기 이전에 부호였다. 물론 부호이기 이전에 독자인 게 맞겠지만, 어쨌든 독자는 누구나 되지만 부호는 누구나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평범한 독자는 아니지 않은가? 독자는 어쨌든 책을 읽는 평범한 사람일 거라고 생각한 내가 너무 상상력이 빈곤했던 것도 같다.

지금껏 내가 책을 사랑해 왔다고는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책이란 신비스러운 존재였었다. 마치 그것들이 저절로 마력에 의해 솟아나듯이 도서관 책장에 꽂혀 있는 완성된 물건으로만 여겼던 것이다.

4부, 독자 제인 갈런드

1부~4부의 융화!

사실상 1부, 2부, 3부, 4부의 각 인물들은 해당 분야의 전형이라기보다는 하나의 표본이고, 이들의 이야기를 연결하는 독특한 소설이 제임스 미치너의 <소설>이다. 소설(하)는 4부로 갈수록 소설(상)에서부터 시작한 1부 내지 3부의 내용을 아우르며 큰 조각들을 연결시키고, 스토리를 확장한다. 4부에서 독자를 다루며 이야기가 밋밋해질 것 같다는 우려는 불식되었고, 4부의 충격적인 스토리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3부에서부터 엘리트 비평가님이 좀 위태로웠는데, 성공 가도를 달리는 교수님은 겉보기와는 달리 의외로 완벽하지 않을뿐더러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소설을 쓰는 무모함을 자처한다. 좋은 커리큘럼 (나도 꼭 배우고 싶은 계보도)을 강의하는데다가 자신의 입장이 분명한 그가 돌연 진창에 빠지게 되는 건 아닐지 노심초사하게 한다. 혼란스럽고 안타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비평가이면서도 소설 창작을 너무 사랑해서 그런 걸까?

그런데, 소설을 최고로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그리고 소설이란 장르는 얼마나 다양한 이야기를 아우를 수 있는가! 1부의 고루해 보였던 소설가 루카스 요더, 2부에서 열심히 성장한 편집자, 3부의 미워할 수 없는 비평가, 4부의 부호 독자 외에도 각 분야의 다수의 사람이 등장하고, 4부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신예 소설가들도 무척이나 사랑스러웠다. 주요 인물들이 4부에서 얽히고 설키는 모습은 차곡차곡 쌓인 스토리와 결합해서 환상적으로 느껴졌다.


소설을 둘러싼 다양한 분야를 알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한 권의 소설로도 너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소설>! 소설을 사랑하는 분들께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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