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1부, 2부, 3부, 4부의 각 인물들은 해당 분야의 전형이라기보다는 하나의 표본이고, 이들의 이야기를 연결하는 독특한 소설이 제임스 미치너의 <소설>이다. 소설(하)는 4부로 갈수록 소설(상)에서부터 시작한 1부 내지 3부의 내용을 아우르며 큰 조각들을 연결시키고, 스토리를 확장한다. 4부에서 독자를 다루며 이야기가 밋밋해질 것 같다는 우려는 불식되었고, 4부의 충격적인 스토리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3부에서부터 엘리트 비평가님이 좀 위태로웠는데, 성공 가도를 달리는 교수님은 겉보기와는 달리 의외로 완벽하지 않을뿐더러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소설을 쓰는 무모함을 자처한다. 좋은 커리큘럼 (나도 꼭 배우고 싶은 계보도)을 강의하는데다가 자신의 입장이 분명한 그가 돌연 진창에 빠지게 되는 건 아닐지 노심초사하게 한다. 혼란스럽고 안타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비평가이면서도 소설 창작을 너무 사랑해서 그런 걸까?
그런데, 소설을 최고로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그리고 소설이란 장르는 얼마나 다양한 이야기를 아우를 수 있는가! 1부의 고루해 보였던 소설가 루카스 요더, 2부에서 열심히 성장한 편집자, 3부의 미워할 수 없는 비평가, 4부의 부호 독자 외에도 각 분야의 다수의 사람이 등장하고, 4부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신예 소설가들도 무척이나 사랑스러웠다. 주요 인물들이 4부에서 얽히고 설키는 모습은 차곡차곡 쌓인 스토리와 결합해서 환상적으로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