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시 2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18
살만 루시디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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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 vs. 33%

<악마의 시>를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건 나의 오만이었다. 도저히 무슨 말인 지 모르겠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나의 이해의 범위를 뛰어넘은 책인 건 사실이다. 소설의 배경은 영국과 인도인데 내가 경험한 영국은 어쨌든 유럽 중에 가장 최악이었고, 인도는 계획 단계에서 포기했던 나라라는 사실에서부터 이 책은 나의 이해의 영역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33% 정도의 비유는 내가 모르는 내용을 풍자했고, 33%는 보는 순간 매료되었고, 33% 정도는 읽을수록 멋졌다. 1% 정도는 무난한 비유였을까? 거지 같은 스토리가 혼란한 틈에서 전개되었는데, 그 스토리마저 사실 무척 현실적이면서 말도 안 되었다. 현대 현실 세계에서 일어날 리 없는 내용인데, 분명 은폐되고 있을 이야기들.

속수무책 vs. 누가 정리 좀

거지 같은 스토리라고 해서 미안하지만, 천사 지브릴이 도시를 지도의 모눈 한 칸 한 칸씩 구원하겠다며 하고 다니는 짓거리나, 기후를 바꾸는 그의 놀라운 권능은 나를 속수무책으로 만들었다. 정말 충격적이었던, 바다를 향해 가는 수백 명의 사람들은 어떠한가. 이 행렬과 같이 가는 메르세데스 벤츠 라니, 그리고 마침내 바다에 다다랐을 때 벌어진 일은 … 결국은 소름이 돋았다.

모든 스토리 전체를 조망하기에는 역부족이더라도 중간중간 기억에 남는 스토리가 가득한데, 누가 등장인물들을 모조리 정리해서 인물 관계도도 잘 만들고, 각각의 스토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주면 좋겠다.

물론 작가는 그런 큐시트를 가지고 있겠지? 그럼 작가가 그걸 공개하면 될 것 같고, 작가가 절대 공개할 생각이 없다면 큐시트는 필요가 없다는 걸 반증하는 셈이다. 하지만 나는 작가가 그런 큐시트 없이 썼다고 말해주면 좋겠다. 모든 이야기들은 물 흐르듯 흘러가고 있고, 작가가 일필휘지로 어떤 신의 계시를 각색해서 적어내려간 스토리라고 말해주는 편이 이 책에 훨씬 더 잘 어울린다.

나쁜 책 vs. 자유

안타깝게도 이 책은 나의 종교이자 내가 그나마 잘 아는 기독교도 분명히 모독하고 있는데, 영국도 인도도 여자도 남자도 모든 것을 너무 대놓고 모독하고 있는지라 뭘 얼마나 모독하고 있는지 그 정도의 차이를 가늠할 수가 없다. 끔찍한 혼란을 야기한 다음에 적재적소에 배열하다 보니 신성시하고 나름의 위계질서를 갖고 있던 모든 것들이 그냥 자유로워졌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더 자유로워지고 싶다. 이 책은 정말 나쁜 책이다.

그럼, 영국을 좋아하고 인도를 여행해 보면 될까?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그게 나의 한계라면, 정말 속상한 일이다. 책은 너덜너덜해졌는데 정리가 안돼서 머리를 싸매고 있는 것도 무척 곤란했다. 그래도 끝으로 갈수록 작가가 친절함을 베풀어 정리를 해주었으니 망정이지, 끝에도 난장을 쳐놨다면 이 책에 미련이 없어졌을지도. 하지만 결국 보는 순간 너무 좋았던 33%, 볼수록 맘에 드는 33%, 이해하고 싶은 33% 때문에 이 불완전한 책을 놓아 줄 수는 없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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