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 같은 스토리라고 해서 미안하지만, 천사 지브릴이 도시를 지도의 모눈 한 칸 한 칸씩 구원하겠다며 하고 다니는 짓거리나, 기후를 바꾸는 그의 놀라운 권능은 나를 속수무책으로 만들었다. 정말 충격적이었던, 바다를 향해 가는 수백 명의 사람들은 어떠한가. 이 행렬과 같이 가는 메르세데스 벤츠 라니, 그리고 마침내 바다에 다다랐을 때 벌어진 일은 … 결국은 소름이 돋았다.
모든 스토리 전체를 조망하기에는 역부족이더라도 중간중간 기억에 남는 스토리가 가득한데, 누가 등장인물들을 모조리 정리해서 인물 관계도도 잘 만들고, 각각의 스토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주면 좋겠다.
물론 작가는 그런 큐시트를 가지고 있겠지? 그럼 작가가 그걸 공개하면 될 것 같고, 작가가 절대 공개할 생각이 없다면 큐시트는 필요가 없다는 걸 반증하는 셈이다. 하지만 나는 작가가 그런 큐시트 없이 썼다고 말해주면 좋겠다. 모든 이야기들은 물 흐르듯 흘러가고 있고, 작가가 일필휘지로 어떤 신의 계시를 각색해서 적어내려간 스토리라고 말해주는 편이 이 책에 훨씬 더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