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 잡힌 서술을 가능하게 한 건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보았다. 내용의 측면에서도 사회주의 운동에 불씨를 당기기 위한 작품이었다면 부르주아를 몰아붙이고 노동자들을 선동했을 것이다. 하지만 부르주아의 삶에서도 일말의 공감을 이끌어내며, 노동자의 삶을 무조건 옹호하지도 않고 있다. 그리고 우정과 사랑에 대한 스토리의 비중이 적지 않은 점도 특이하다고 할 수 있다. 모든 것을 느끼며, 소설 속 상황에 더욱 깊고 지극한 연민을 느끼게 하고 있다. 이야기가 끝에 다다랐을 때, 이들이 무사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리고 우정과 사랑에서는 이들에게 허락될 수 있는 일말의 성취를 느낄 수 있기를 바랐다.
희망을 이야기하며, 찬란히 빛나는 4월의 제르미날을 말하며 끝나지만,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
너무나 뜨거웠던 책, 나에게는 희망이 거의 보이지 않았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