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르미날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17
에밀 졸라 지음, 강충권 옮김 / 민음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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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르미날 1권에 이어 2권을 읽는 내내, 이 책의 의미를 떠나서,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이렇게까지 재미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로 재미있었다.

당연히 노동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고, 에밀 졸라의 멋진 서술에 완전히 매료되었으며, 지극한 연민과 슬픔이 가득 차올랐다.

노동의 처절함

끊임없이 노동에 대해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중 특히 몸을 혹사시키는 노동에 대해서 생각했다. 필수적으로 시간을 앗아가고 몸을 혹사시키고 배고픔을 주는 게 노동인 걸까? 한편, 노동을 하지 않는 부르주아 계급의 사람들은, 도대체 노동은 하지 않고 하루 종일 뭘 하고 있는 거지? 하루 종일 일하고도 먹고 살 수 없을 정도로 적은 돈을 받는 탄광촌 사람들과 가만히 앉아서 대주주로 배당금과 각종 명목의 수익으로 돈이 생기는 사람들의 삶에는 공통점도 공감도 있을 수 없다.

혁명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1권 마지막에서의 사건으로 활시위가 당겨져 날아가듯 혁명이 일직선으로 뻗어나가며 일어날 줄 알았는데, 혁명은 더디게만 일어났다. 파업 정도는 탄광회사도 수지를 맞추기 위해서 노동자들이 알아서 며칠은 하기를 바란다는 것도 놀라웠다. 모든 것은 계산되어 있었다. 노동자들은 일하지 않으면 온 가족이 먹고 살 수 없기에 필수적으로 최소한의 할당량을 채워야만 했다. 제대로 뒤엎을 혁명은 가혹한 현실의 이면에, 철저한 노동의 착취 속에 갇혀있었다.

생생하고 균형 잡힌 서술

처절한 상황을 서술하기에, 격분하며 전개될 수도 있었을 텐데, 다소 격앙된 부분도 있지만 시종일관 결코 흥분하지 않는 에밀 졸라의 서술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리얼리즘의 절정이며, 읽는 독자들을 쉼 없이 대신 흥분하게 했다. 장황하지 않아서 더욱 생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탄광 속에서 말이 폭주하는 장면이나 심지어 정신착란의 혼미한 상태에 대한 서술도 믿을 수 없게 담백한데, 효과적으로 행간에서 불꽃 튀는 감정을 일으키게 하는 듯했다.

지극한 연민, 깊은 슬픔

균형 잡힌 서술을 가능하게 한 건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보았다. 내용의 측면에서도 사회주의 운동에 불씨를 당기기 위한 작품이었다면 부르주아를 몰아붙이고 노동자들을 선동했을 것이다. 하지만 부르주아의 삶에서도 일말의 공감을 이끌어내며, 노동자의 삶을 무조건 옹호하지도 않고 있다. 그리고 우정과 사랑에 대한 스토리의 비중이 적지 않은 점도 특이하다고 할 수 있다. 모든 것을 느끼며, 소설 속 상황에 더욱 깊고 지극한 연민을 느끼게 하고 있다. 이야기가 끝에 다다랐을 때, 이들이 무사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리고 우정과 사랑에서는 이들에게 허락될 수 있는 일말의 성취를 느낄 수 있기를 바랐다.

희망을 이야기하며, 찬란히 빛나는 4월의 제르미날을 말하며 끝나지만,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

너무나 뜨거웠던 책, 나에게는 희망이 거의 보이지 않았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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