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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 칼로, 붓으로 전하는 위로
서정욱 지음 / 온더페이지 / 2022년 11월
평점 :
프리다 칼로의 생애와 작품 47점을 담은 이 책을 통해 불굴의 의지와 뜨거운 사랑에 감탄했고, 그녀 그림의 직설적인 표현 방법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림이라는 매체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했다.
프리다 칼로의 교통사고는 끔찍했다. 한 순간에 몸에 불편을 짊어지게 되는 과정은 몸과 마음을 피폐하게 한다. 18세, 원하던 의사가 되는 공부를 마치기도 전, 버스 교통사고는 척추 손상, 한쪽 다리 손상 등 심각한 부상을 입히고 48세라는 이른 나이에 죽기까지 여러 차례 수술을 하게 했다. 온갖 통증에 시달리고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 되어 몇 번이나 유산을 해야 하기도 했는데...
그런 모든 과정 속에서, 프리다 칼로가 어떤 그림을 어떻게 그리게 되었는지 자세한 설명을 읽을 수 있었다. 그림을 그린 시기, 그림 속의 상징, 영향을 받은 화풍 등을 알고 보는 그림은 달랐다. 친숙하지 않은 멕시코 작가의 그림이라는 점에서도 배경 설명이 꼭 필요했던 듯 하다.
교통사고도 몸과 마음을 피폐하게 했는데, 그녀의 사랑은 왜 이렇게 순탄치 않았는지. 19살 차이의 멕시코 국민들로부터 사랑받은 유명 화가의 세 번째 부인이 되는데. 책을 읽지 않았다면, 영영 이해하지 못할 사랑이다. 자세한 내막을 알게 되면, 기이한 사랑도 감동이 될 수 있다(물론 프리다 칼로의 마음만이 감동적이지만...).
그녀의 그림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소재들이 있다. 자화상, 심장, 혈관, 뿌리 등. 처음엔 눈을 의심하고, 의미를 생각하게 하고, 반쯤 직관적으로 이해되기는 하지만, 역시 설명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해석으로 내가 이해하고 느낀 부분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자, 그림은 더욱 깊이 와닿았다. 그리고, 이렇게 그녀의 독특한 방법으로 표현할 용기가 있다는 것, 그 용기에도 감탄했다.
그녀는 무서울 게 없었던 듯 하다. 죽을 것 같은 고통 속에서 그린 그림이니깐, 그림이 고통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듯 보이는데, 그녀로서는 그렇게 해야만 하지 않았을까? 세세한 부분의 해석을 알게 되자, 나도 그런 상징들을 자유롭게 표현해 보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
그림은 막상 그리려고 하면 무척이나 시간이 많이 드는 작업이다. 나는 색연필보다는 물감을 좋아하는데, 그나마 선보다는 면을 칠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 무언가를 표현하려면 그림보다는 글이 더욱 효율적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언어의 한계를 가지지 않은 그림 자체의 힘에 대해서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포함해서, 표현하려는 마음을 그림 감상으로 이해하는 과정 그 자체를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
진한 감동이 있었던 책. 그리고 그림 감상에 다시금 불길을 당겨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