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장난감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13
로베르토 아를트 지음, 엄지영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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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로베르토 아를트와 <미친 장난감>의 주인공 루시오 ✨

작가 로베르토 아를트는 빈곤한 어린 시절과 가난에서 일찍 도망쳐 일했던 이력을 가지고 있다. 짧은 이력 소개가 무척 강렬했는데, <미친 장난감>은 작가의 경험이 반영되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미친 장난감>은 루시오의 이야기로, 제1장 ‘도둑들’에서는 어린 시절의 이야기가, 제2장 ‘노동과 나날’에서는 청소년기부터 시작된 노동에 대한 회의를, 3장 ‘미친 장난감’에서는 우연치 않은 기회로 꿈꾸게 된 높은 이상과 벽, 비상과 추락을, 4장 ‘가룟 유다’에서는 배신에 대한 고뇌가 다뤄진다. 가난과 노동, 자신의 생활에서 탈피하고 싶은 열망이 모든 장에서 강렬하게 그려진다.

특이한 주인공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작가만큼은 특이하지 않은 듯도 하다. 작가는 가난에서 도망치고, 외국으로 갔다가 다시 고국으로 와서 소설을 쓸 만큼 특이했는데, 루시오는 그 한 토막의 고뇌의 절정을 보여주는듯하다. 작가가 루시오의 이야기로 녹이고자 했던 깊은 통찰을 느낄 수 있었다. 루시오는 모든 시절에서 치열하게 고뇌하는데, 자신의 상황에 불만족해하며, 꿈과 현실, 할 수 있는 일과 주어지지 않은 기회들을 곱씹는다. 의지와 회의 도피와 체념, 무모함과 간절함, 상반된 성질의 것들이 혼란스럽게 공존하고 있다.

내 인생의 위대한 운명을 성취해야 한다는 확신이 그 어느 때보다 더 강하게 들었다. 나는 에디슨처럼 위대한 발명가나 나폴레옹처럼 훌륭한 장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보들레르처럼 천재적인 시인이나 로캉볼처럼 악마가 될 수도 있다.

152 p



✨ 현대적인 마인드 셋 ✨

루시오의 마인드 셋을 현대적이라고 하고 싶다.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의지, 제약을 뛰어넘어 길을 만들려는 마인드이다. 하지만 요즘도, 격변의 1900년대의 아르헨티나도 마찬가 자로 녹록지 않다. 기적인지 요행인지 좋은 기회를 얻었지만, 기본을, 그중에서도 수학을 체계적으로 공부해야 한다는 말에 루시오는 당황한다. ‘먹고살기 위해 어떤 일이든 배워야 하는 처지인데, 어떻게 공부하란 말이죠?’(159p)라는 속말은 그의 현실에서는 너무나 당연하고, 그들의 현실에서는 이해할 필요가 없는 말일 듯하다.

소설 처음에는 루시오가 이상했고, 이야기가 조금 전개되자 루시오가 불쌍했다. 루시오의 성장소설, 결국 대단한 루시오를 칭송하며 끝날 줄 알았지만, 결론에 이르기까지 나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그냥 성장소설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의 어린 시절 친구를 만나고 친구들의 소식을 듣는 장면이 4장에서 나오는데, 이 소설의 ‘성장’은 어쨌든 나의 사고의 범위를 가볍게 뛰어넘는 것 같았다.

현실의 벽, 그리고 혼란한 상황 속의 생존, 거칠고 치열한 루시오의 내면은 시대를 초월해서 설득력을 갖는다.



✨ 미친 장난감 ✨

3장은 나를 분노하게 했는데, 4장의 루시오는 너무나 태연했고, 그의 마지막 행동은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하지만 곱씹을수록 그 의미가 복합적으로 느껴졌다. 표지의 불타오르는 얼굴은 볼수록 강렬한데, 그 불길을 내 안에서도 느낄 수 있게 있게 만드는 건 결국 마지막까지 읽었을 때였다. 기대했던 미친 불길을 느낄 수 있어 만족한다.

루시오는 이야기 3장에서 살 의지를 잃어버릴 지경인데도, 500년 만이라도 살기를 바랐다. 그의 작품 속에서 100년 가까이 살고 있으니, 500년도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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