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신화의 해설서라는 지위가 좀 독특하다고 생각했다. 신화라면 일단 흥미롭지만, 아는 이야기일수록 어떤 편역인지 신중하게 고르는 편이다. 신화는 기본적으로 각색에 있어서 무한한 분야이다. 원전이라는 것도 구전으로 된 이야기나 서사시(그리스 로마 신화)이고, 수많은 사료들도 이미 그 시대의 가치관이 개입된 이야기이니, 무엇보다도 각색 의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많은 신화들은 이렇다 할 참조 없이 각색만 되는 줄 알았는데, 뜬금없는 해설서라니.
하지만 읽으면서 궁금증은 서서히 해소되었다. 수집된 신화의 배경, 계보, 그리고 다양한 원전을 옮겨오고 서사시를 이야기가 잘 드러나는 산문으로 바꾸어 이야기 흐름을 최대한 살려서 실었다. 여기서 조금, 저기서 조금 보아서 알았던 방대한 그리스 로마 신화도 최대한 연결고리를 엮어서 소개해 주고 있다. 이 이야기는 몇 장에 가서 더 자세히 이야기하겠다고도 하고, 이야기 끝에, ‘그리하여 디오니소스 신앙이 그리스에서 확립되었다’(304p)고 말한다거나, ‘훗날 스킬레와 카립디스는 누군가의 앞길에서 양옆에 도사린 위험을 가리키는 격언이 되었다’(440p)고 정리하는 말로 흔히 쓰이는 인유를 언급하는 부분도 있다. 이 많은 양을, 세심하게 엮어낸 게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