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의 시대 - 불핀치의 그리스 로마 신화 열린책들 세계문학 281
토마스 불핀치 지음, 박중서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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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재미있는 이야기!

각종 신화는 참 매력적이다. 흥미롭고 놀라운 이야기로, 필수 불가결한 자체적인 매력으로 함께 오래도록 살아남은 이야기가 신화이니깐 말이다. 신화 속 동물, 상상 속 동물도 실재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꾸 듣다 보면 구체화되고, 다양한 특징이 궁금해진다. 나만 그런 걸까? 이런 이야기를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난 세상에 어떤 요정도 없다는 건 정말 말도 안되는 배반이라고 분개했던 사람이다. 요정 이야기가 이렇게 많은데, 진짜, 정말, 아무것도 없다고? 마술도? 초능력도? 아무것도?

<신화의 시대>는 각종 신화와 신화 속 서사시를, 정확히는 영어권을 위한 영시를 담은 신화 해설서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양이 많지만, 동양의 신화, 상상 속 동물에 대한 내용도 있다. 이런 책은 소중히 모시고 싶은 책이다. 세계문학전집으로 나온 건 살짝 아쉬운 마음도 있는데, 영문학 인유와 영시를 다루는 게 이 책 원저자의 집필 의도라서 그런 것 같다.


신화의 해설서라는 독특한 지위

그런데 신화의 해설서라는 지위가 좀 독특하다고 생각했다. 신화라면 일단 흥미롭지만, 아는 이야기일수록 어떤 편역인지 신중하게 고르는 편이다. 신화는 기본적으로 각색에 있어서 무한한 분야이다. 원전이라는 것도 구전으로 된 이야기나 서사시(그리스 로마 신화)이고, 수많은 사료들도 이미 그 시대의 가치관이 개입된 이야기이니, 무엇보다도 각색 의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많은 신화들은 이렇다 할 참조 없이 각색만 되는 줄 알았는데, 뜬금없는 해설서라니.

하지만 읽으면서 궁금증은 서서히 해소되었다. 수집된 신화의 배경, 계보, 그리고 다양한 원전을 옮겨오고 서사시를 이야기가 잘 드러나는 산문으로 바꾸어 이야기 흐름을 최대한 살려서 실었다. 여기서 조금, 저기서 조금 보아서 알았던 방대한 그리스 로마 신화도 최대한 연결고리를 엮어서 소개해 주고 있다. 이 이야기는 몇 장에 가서 더 자세히 이야기하겠다고도 하고, 이야기 끝에, ‘그리하여 디오니소스 신앙이 그리스에서 확립되었다’(304p)고 말한다거나, ‘훗날 스킬레와 카립디스는 누군가의 앞길에서 양옆에 도사린 위험을 가리키는 격언이 되었다’(440p)고 정리하는 말로 흔히 쓰이는 인유를 언급하는 부분도 있다. 이 많은 양을, 세심하게 엮어낸 게 놀랍다.

신화의 신뢰할 만한 참조로, 하지만 그냥 읽기에도 재미있는 책

이제 어떤 신화가 나오면, 여기에서 찾아봐도 좋겠다는 든든한 마음이 든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 될지는 모르겠다. 예전에 가지고 있었던 책으로 (아직도 책장에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리스 로마 신화를 간략 간략하게 소개하며 볼거리 많은 명화 삽화를 포함해서 2단으로 편집한 백과 사전식 책이 있었다. 그 책에서 궁금한 신화 한 토막을 찾아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신화의 시대>는 그런 참조용 책과는 확연히 다르다. 그냥 앞에서부터 찬찬히 읽을 때 제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이렇게 많은 그리스 로마 신화와 관련된 영시를 접하는 것도 새롭고, 영시들이 참 재미있는데, 중간중간 시를 읽으면서 신화를 읽는 경험이 독특하고 좋았다. 한 번씩 쭉 읽고, 후반 부에 나오는 동양신화와 상상 속 동물은 보너스처럼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수많은 신화, 옛이야기를 실컷 읽을 수 있는 <신화의 시대>, 인간 본성과 근원적인 욕망이 구체화된 이야기는 시대를 초월해서 언제나 생동력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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