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 우선 새로운 문화를 만나게 된다. 첫 장의 주인공 하사날리는 몸사바 인근 바닷가 소도시에 입지를 다진 상인으로, 아버지의 가게를 물려받았다. 그의 아버지는 인도인이었는데, 가족 중에 유일한 인도인이었고 모든 인도인은 그의 가족을 멸시했다(100p). 2부와 3부의 배경이자 작가 압룰라자크 구르나의 고향인 잔지바르는 아프리카와 인도, 유럽과 아랍의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다. 여러 민족은 언어와 문화가 달라 소통에 제약이 있고, 이들 사이에 상인도, 관리인도 중개인도 있지만, 서로가 서로를 제대로 이해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1부, 2부, 3부로 나누어진 <배반>의 각 장들은 하사날리, 프레더릭, 레하나, 피어스, 아민과 라시드, 등 대부분 사람 이름으로 나누어져 있다. 이들 장은 그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그 사람의 관점으로 쓰여있다. 1장 하사날리의 누나인 레하나는 3장의 주인공인데, 1장을 읽고 3장을 읽으면 이들의 관점 차이가 놀랍게 대비된다. 2장의 유럽인 관료인 프레더릭과 4장의 새로운 유럽인 피어스의 관점도 마찬가지이다. 2부, 3부의 다음 세대의 이야기 또한 동일한 사건을 겪으면서도 서로 간의 괴리감이 상당하다.
낯선 문화와 여러 인물의 시각이 얽히며 상상과 자전적인 스토리로 넘어가는 소설이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더라도, 심지어 가족 간에도 이처럼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다문화가 아니라도,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에도 이와 같은 층위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이런 서술은 모든 이들의 항변을 최대한 드러낼 수 있고, 다각도로 사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