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반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20
압둘라자크 구르나 지음, 황가한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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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일부인, 모두의 이야기

압둘라자크 구르나는 자신의 고향 탄자니아 잔지바르를 배경으로 3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가족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그 속에는 가족을 탄생시킨 사랑과, 식민지 시대와 격변의 시기의 상처가 있다. 이민족 간의 불완전한 결합과 분리는 세계사의 흐름이기 이전에 개인들의 이야기이다. 무수한 이야기, 로맨스 또는 추문, 동경 또는 혐오 후에 압둘라자크 구르나의 문학이 태어났다.

하나의 이야기 안에는 여러 개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는 것, 그 이야기들은 우리 소유물이 아니라 우리 시대의 무질서한 흐름의 일부라는 것, 그리고 이야기가 어떻게 우리를 사로잡고 영원히 얽매는가에 관한 것이다.

p. 173




낯선 문화 속 여러 인물의 다양한 시각

이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 우선 새로운 문화를 만나게 된다. 첫 장의 주인공 하사날리는 몸사바 인근 바닷가 소도시에 입지를 다진 상인으로, 아버지의 가게를 물려받았다. 그의 아버지는 인도인이었는데, 가족 중에 유일한 인도인이었고 모든 인도인은 그의 가족을 멸시했다(100p). 2부와 3부의 배경이자 작가 압룰라자크 구르나의 고향인 잔지바르는 아프리카와 인도, 유럽과 아랍의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다. 여러 민족은 언어와 문화가 달라 소통에 제약이 있고, 이들 사이에 상인도, 관리인도 중개인도 있지만, 서로가 서로를 제대로 이해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1부, 2부, 3부로 나누어진 <배반>의 각 장들은 하사날리, 프레더릭, 레하나, 피어스, 아민과 라시드, 등 대부분 사람 이름으로 나누어져 있다. 이들 장은 그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그 사람의 관점으로 쓰여있다. 1장 하사날리의 누나인 레하나는 3장의 주인공인데, 1장을 읽고 3장을 읽으면 이들의 관점 차이가 놀랍게 대비된다. 2장의 유럽인 관료인 프레더릭과 4장의 새로운 유럽인 피어스의 관점도 마찬가지이다. 2부, 3부의 다음 세대의 이야기 또한 동일한 사건을 겪으면서도 서로 간의 괴리감이 상당하다.

낯선 문화와 여러 인물의 시각이 얽히며 상상과 자전적인 스토리로 넘어가는 소설이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더라도, 심지어 가족 간에도 이처럼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다문화가 아니라도,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에도 이와 같은 층위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이런 서술은 모든 이들의 항변을 최대한 드러낼 수 있고, 다각도로 사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아프거나 감당할 수 없거나

하지만, 이 책은 아픈 역사의 책이다. 하나의 묵직한 <배반>을 우려했지만, 수많은 <배반>에 길을 잃을 지경이었다. 그중에 가장 묵직하고 가장 치명적인 사건을 내세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인물들은 자신의 배반을 가장 아프게 느낄 것 같다. 영국의 식민지 시절 이전에도 배반이 있었고, 식민지는 그 자체로 배반의 역사이며, 그들이 사라진 이후, 격변의 시대에서 택하는 삶, 모든 과정에 크고 작은 배반이 있었다.

어떤 배반은 이해할 수 없었고 어떤 배반은 이해할 수는 있었지만 감당할 수 없었다 하지만 많은 상처는 서로 간의 몰이해와 맞닿아 있었다. 하지만 몰이해가 해소되면 상처는 치유될 수 있을까? 모든 것을 조망할 수 있게 해주는 서술에 힘입어 사유할 수 있게 하는 책이다. 그리고 이처럼 여러 상황들을 알 수만 있다면, 상처를 받고 상대를 미워하는 문제가 선택의 문제가 될까?



그럼에도 아름답고 강렬한 이야기

제국주의, 전통과 문화, 실망시키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는 가족, 떠나고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 특수하고도 보편적인 이야기를 무척이나 아름답고 강렬하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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