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노 아일랜드 - 희귀 원고 도난 사건
존 그리샴 지음, 남명성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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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그리샴의 '환상적인 레트로 범죄 스릴러' <카미노 아일랜드>

책을 펼치는 순간 범죄 현장이 펼쳐지고, 몇 장 만에 화려한 절도는 휘몰아친다. 어, 어? 하는 순간 FBI는 사건 해결? 그럴 리가. 갑자기 범죄는 사라진다. 50페이지 분량의 1장 '탈취'가 그려내는 내용은 여기까지. 2장 '딜러'는 30페이지 분량인데, 존 그리샴은 '딜러'의 무대를 뚝딱뚝딱 세운다. 갑자기 유산을 물려받게 된 한 영문학과 대학생이 전국을 돌다 카미노 아일랜드에 정착하고, 그곳에 탄탄한 입지를 가진 사업가가 되는 이야기를 쏟아낸다. 몇 십 년을 순식간에 요약하는데, 숨이 점점 가빠지고, 빠져들 수밖에- 3장 '채용'은 누가, 누구를 왜 채용하는지 윤곽이 드러나면서 엉덩이가 달싹댈 지경이다. 8장+에필로그 까지 이어지는 옴니버스 형식의 퍼즐 처럼 짜맞춰지는 최강 범죄 스릴러를 즐기려면, 필요한 것은 목이 타니 음료수 한잔과 편한 의자? 그리고 당연히 이 책 <카미노 아일랜드>!

이건 미드 몇 시즌을 볼 시간이 없을 때 읽는 책이라고 해야겠다. 내가 영상 제작자는 아니지만, 화려한 절도 현장을 영상으로 5분 만에 담아낸다고 하더라도, 이들의 준비과정, 공범들의 이력, 공범들 간의 관계, 그리고 범죄 후 흩어지는 방식, FBI의 수사 현황, 도난품인 희귀 원고가 숨겨지는 방법 등등 1장에 집약된 내용들을 이만큼 즐길 수 있게 풀어낼 수 있는 건 존 그리샴의 소설뿐이다.

2장은 어떤가, 이 매력적인 '딜러'라는 등장인물을 한 시즌 내내 봐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데. 캐스팅되어야 한다고 탄원하고 싶은 배우도 몇 명쯤 떠올릴 수 있다. 3장도 마찬가지. '저기요, 작가님. 너무 재미있어요'를 외치느라 몇 번을 쉬어가야 할 뿐, 이어지는 장들을 차례로 읽다 보면, <카미노 아일랜드>를 읽는 미친 효율성에 경악하게 된다. 독서의 효율을 최대치로 끌어내는 듯한 존 그리샴의 필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47권 연속 베스트셀러 1위, 전 세계 3억 부 이상 판매 기록을 보유한 출판계의 살아 있는 전설'이라는 작가 존 그리샴의 수식어 자체도 사기적이다. 47권을 쓴 것도, 연속 베스트셀러라는 것도, 세계 3억 부 이상이라니. 어느 해 집계인지 모르겠지만, 성경은 39억 권으로 판매량 1위인데, 2위부터 10위까지의 판매량을 합한 것보다도 많다고 하는데. 3억 부는 정말 많은 부수이다. 어쨌든 그 정도? 존 그리샴의 작가의 삶 자체가 경이 속에 있어서인지, 소설 속 인물들도 사기적인 캐릭터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등장한다. 미국스럽다고 해야 할까, 어쨌든 신나고 화려하다.

사실 나는 존 그리샴 책의 원서 읽기에 혹해서 법정 소설을 하나 도전했다가 조용히 번역서를 산 과거가 있다. 이 정도의 속도감을 즐길 만큼 원서 읽기 실력이 높지도 않고, 난 사실 책을 무척 빨리 읽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중도 포기했었다. 하지만 원서 읽기에도 좋은 작가라고 하는데, <카미노 아일랜드>의 후속편 <Camino Winds>(2020)는 원서로 도전? 원서 읽기 실력을 올리는 것보다 아마 번역서를 기다리는 게 빠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카미노 아일랜드>는 완벽히 신나고, 미친 듯이 재미있고, 어마 무시한 속도감과 즐거움을 향한 최강 효율을 자랑할 수 있는 책이다. 이번 주 주말의 재미가 부족했다면, <카미노 아일랜드>로 빠르게 채워보는 것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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