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큘라 (일러스트판)
브램 스토커 지음, 페르난도 비센테 그림,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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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와 관능, 성적 열망을 그린 환상 문학의 걸작 - 드라큘라

'드라큘라'는 본래 발칸 지역 슬라브인들의 민간 신앙에서 비롯된 속신이다. '드라큘라'가 18세기 서유럽에 알려지면서 기록을 분석하거나, 흡혈귀 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려고 하거나, 정보를 정리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분위기의 연장선상에 브램 스토거의 <드라큘라>는 18세기 드라큘라 열풍의 재현과 같다. 드라큘라성에 영국 변호사가 출장 차 방문하고, 정작 변호사는 쉽게 돌아오지 못하고, 드라큘라가 영국에 홀연히 진출하는 게 이야기의 시작이다. 그 후 이상한 존재를 눈치챈 소수의 사람들의 다급한 기록들이 이어진다.

'뱀파이어 다이어리', '트와일라잇'의 드라큘라에 푹 빠져본 적 있는 나와 같은 현대의 독자들도 '진짜 드라큘라'의 속성들을 알아내려는 열망에 빠질 수 있다. 그리고 이상한 징후를 보이는 사람들과 드라큘라를 연결해 나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정체 모를 바이러스같이 눈에 보이지도 않고 다음 타깃도 알 수 없는 혼란스러움에 기이하고 음산한 분위기가 고조된다. 드라큘라는 질병과는 다르다. 일종의 정신 착란, 욕망의 표출과 초자연적이고 마술적인 판타지가 결합되어 있다. 서서히 잠식되는 병적인 관능에 단호히 이겨내고 맞서고자 하는 사람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 드라큘라의 약점과 퇴치법이 등장하는데, 고전적이면서도 역시나 흥미롭다.

소설 첫머리에 어리바리 한 채 등장해서 드라큘라성에 당당히 입성했다가 혼비백산하는 역할을 해 준 조너선 하커 외에도 수어드 박사의 미친 환자 렌필드, 걷잡을 수 없이 증상이 악화되는 루시 웨스턴라, 하커의 여자친구 미나까지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는 줄줄이 무척 흥미로웠다. 아무래도 난 드라큘라 이야기를 무한히 읽고 싶다. 내가 느끼는 것 같은 열망으로 인해 드라큘라 이야기는 계속 양산되고 있는 걸 텐데, 도대체 이 열망의 근원은 무엇일까? <드라큘라> 원전을 읽다 보면 열망을 만들어내는 원석들이 툭툭 드러나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여기에서 원석들을 모아 갈고닦은 수많은 이야기들이 겹겹이 쌓여있는 것이다.

무한한 드라큘라들의 원전,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는 드라큘라를 즐기는 완벽한 완벽한 방법으로 추천하고 싶다. 그중 내가 조르고 졸라 선물 받은 열린책들 일러스트판 <드라큘라>는 세계적 삽화가 페르난도 빈센테의 작품 40여 점이 수록되어 있고, 한 페이지 전체 또는 양쪽 페이지를 꽉 채운 삽화뿐만 아니라, 사이사이 몰입감을 돕는 작은 삽화가 포함되어 있다. 일러스트판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판본이다.



환상문학과 같은 장르는 분위기가 독특하기 때문에 번역의 결이 작품을 즐기는데 큰 역할을 한다. 특히 드라큘라는 서신과 일기, 비망록을 모아 놓는 형식이기에 문체도 다양하고 구성도 산만하다. 여러 인물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고 이들이 남긴 정보를 독자가 취합하며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적 몰입감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분명 수려하면서 과하지도 밋밋하지도 않은 번역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매력적이고 완성도 높은 번역은 한국어 첫 번역을 낸 이세욱 번역가의 1992년 번역을 원 번역자가 손수 27년 만에 다듬은 번역이다. 의욕적이고 열정적인 젊은 시절 번역을 스스로 다시 보며, 애정을 가지고 살리거나 수정한 의미 있는 번역본이다. 특히, 원문의 문단 형태를 살려 대화문과 지문이 어우러진 긴 문장의 소설적 묘미가 살아있는 원전에 가까운 번역을 추구하였기에, 다른 번역판에 비해 원작의 묘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몇 날 밤 나의 잠과 맞바꾼 <드라큘라> 보내줄 수 없어! 또 멋진 드라큘라 책 어디 없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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