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숲을 거닐다 - 장영희 문학 에세이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문학의 숲을 거닐다>는 읽을 수록 초콜릿 상자 같은 책이었다. 골라 읽는 재미, 매 편의 달콤함, 다 읽어 갈 수록 아까웠다. 종종 눈물이 차오르는 진한 여운이 남기도 한 게, 씁쓸한 초콜릿도, 특별한 맛의 초콜릿도 있는 매력적인 상자였다. 멈추어 음미하고, 또다시 아무 이야기나 선택해서 읽어도 좋았다.

제목에 따라 숲으로 상상해보면 울창한 나무만 있는 숲이라기 보다는 꽃과 열매, 다양한 생태가 공존하는 어디를 봐도 아름다운 볼거리 많은 숲인 듯 하다. 조선일보의 북칼럼으로 연재될 당시(2001년~2004년)에는 <문학의 숲, 고전의 바다>로 연재되었다고 하는데, 숲과 바다를 연상시키는 폭 넓은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옛시대의 이야기로 느껴질 때도 있고, 윗세대의 관점으로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앞선 세대 지식인의 필력에 계속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고 장연희 교수님의 생애와 일화를 알고 읽는다면 감동이 배가 될 수도 있지만, 그녀의 삶의 스토리가 무척 강렬하기에 오히려 책이 가리울 수 있을 것 같다. 배경 없이도 글 자체로 따스함과 재미가 있고, 장연히 교수님의 에피소드는 여러 글에서 조금씩 자연스럽게 드러나기에, 책을 읽으면서 알아가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문학의 숲을 거닐다>가 특별한 이유중 하나는 문학책을 제대로 이해시켜주는 에피소드들에 있다. 위대한 개츠비의 “위대한(Great)”의 의미를 명확하게 풀어준 ‘진정한 위대함’(63p)은 나의 오독과 주관적인 인상을 바로잡아주었다. 위대한 개츠비는 개츠비의 순진 무구한 꿈과 열정이 그를 위대하게 만들었다고 소설 초반에 밝히고 있다. 하지만 나는 덤벙대고 제멋대로인 독자라서, 그가 이룬 과감한 성공과 변신이 가히 위대하다고 기억해 버렸다. ‘진정한 위대함’과 개츠비를 제대로 연결시킨 이 책의 감상은 작품을 정확한 이해로 기억할 때, 비로소 작품의 의의가 살아나고, 깊이가 더해지는 것을 보여준다.

‘오만과 편견’을 다룬 칼럼에서도 ‘오만과 편견’이 영문학에서 백미를 차지하는 이유를 명확히 제시하고, ‘편견이 사라질 때에야 진정한 인간관계가 이루어질 수 있다’(290p)는 작품의 의의를 상기시키며 저자만의 에피소드를 연결시키니 문학 작품도, 연결된 에피소드도 정확히 와닿았다. 주홍글씨도, 이방인도, 변신도 여러 작품들은 정확한 지점과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연결들은 소개된 작품의 특색을 잘 알 수 있게 해 주면서, 문학을 읽는 이유와 의의를 독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일깨워준다.

더불어, <문학의 숲을 거닐다>에는 매 편 하나의 작품을 일정한 패턴으로 소개하는게 아니라, 문학과 관련한 다양한 지식이 녹아 있는 점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작가와 작품에 대한 일화, 여러 작품에서 발췌한 문구, 비슷한 작품들의 연결 등 다양하게 변주되는 매 편의 에세이는 문학을 향유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녀의 삶은 이미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갈지라도, 그녀의 글이 오롯이 남아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해주는 책, <문학의 숲을 거닐다>가 오래도록 읽혔으면 좋겠다.

꼭 읽고 싶은 책을 신청해서 지원 받았으며 진심을 담아 정성껏 서평을 작성합니다. 더 좋은 서평을 위해 늘 열독♡ 서평이 힐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