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작품의 표면적인 공통점은 특유의 웅장하고 멋진 배경인데, 이런 배경은 '오키 오브 오키 허스트, 팬텀 러버'에서 압권으로 느껴졌다. 초상화를 그리기로 한 것을 후회하며 도착한 고택이 너무 마음에 들어 그곳에 남아 기묘한 부부를 그린 것 처럼, 그 고택은 어디를 그려도 아름다울 것 같았다.
배경 외의 공통점으로 고딕 소설의 공포란 그들의 문화 사회적 한계에서 비롯되었다고 느꼈다. 그 당시의 문화사회적 한계는 현재로서는 더이상 한계 내지 공포가 아니기 때문에 살짝씩 와닿지 않을 수 있었다. 필연적으로 캐릭터, 특히 여성 캐릭터들의 사고방식 또한 편협하게 보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위대한 작가는 분명 시대적 한계를 뚫어내는 통찰과 심리, 인간 보편의 갈망에 가닿은 지점을 보여주었다.
어쩌면, 이러한 점이 고딕소설을 읽는데 다소 장애가 될 수 도 있다. 무리한 설정과 유치한 가치를 위해 싸우는 허무감을 느끼게 될 까봐 경계하게도 된다. 하지만, 고딕서가에서 선정한 작품은 확실한 깊이가 있었고, 작품성과 메시지를 담보하고 있었다.
고딕소설 특유의 장치와 묘미, 이들의 미학과 서술방식에 점차 익숙해 질 수록, 한계로 여겨지는 문화 사회적 차이를 현대의 가치로 치환하면서 더욱 마음껏 놀라워하고, 모든 요소를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보다 넓은 문화의 향유가 가능했던 고딕 소설의 <공포, 집, 여성>이었다.
남은 한 권, <숲속의 로맨스>는 보다 즐겁게 즐길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