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 벌 -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2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홍대화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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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하)에서는 라스꼴리니꼬프의 여동생 두냐의 약혼자인 뾰뜨르 빼뜨로비치 루쥔과 두냐가 가정교사로 일했던 곳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을 만든 지주 스비드리가일로프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라스꼴리니꼬프가 한 일 중에 가장 통쾌한 일이 두냐의 약혼을 파기시킨 일인데, 뾰뜨르 빼뜨로비치 루쥔은 내가 본 인물 중 손에 꼽히는 치졸하고 저열하고 옹색한 인물이다. 자기 자신에게 도취되어 타인을 이용하려고 하고, 그 이용으로 얻고자 하는 것은 자신의 안락과 알량한 입신양명이다. 타인에 대한 근본적인 존중의 마음이 없으며, 세상을 보는 눈이 재력과 지위로 등으로 편협하다.

루쥔은 편협한 기준으로 사람들을 분류한 만큼 그들을 쉽게 이용하려고 하다가 라스꼴리니꼬프와 다시 한 번 충돌한다. 라스꼴리니꼬프는 역시 루쥔을 대할 때에 가장 통쾌했다. <죄와 벌>에서 라스꼴리니꼬프의 지지기반을 마련해 주는 역할이 루쥔의 역할이 아닐까 싶었다.

한편, 스비드리가일로프는 전혀 다른 역할을 한다. 그는 라스꼴리니꼬프를 흥미로워 하며 자신과 같은 면을 본다. 스비드리가일로프는 호색한에 방탕한 사람으로, 라스꼴리니꼬프가 이쪽 극단을 취했다면, 스비드리가일로프는 저쪽 극단을 취한 인물이다. 행동은 너무나 다르지만, 시작은 비슷한 고민과 열병으로부터 시작했으며, 접점이 없어 보이지만 추구하고자 하는 바는 동일하다. 스비드리가일로프는 라스꼴리니코프에게 이러한 관점을 피력하며 자신과 조우하기를 권하나, 라스꼴리니코프는 완강하게 거절한다. 그러나 두 사람의 최후는? 허무하게 내 예상을 벗어나 해결된다.

스비드리가일로프는 무척 부유한데, 이 둘을 다르게 만든 원인에 부유함이 큰 몫을 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죄와 벌>은 가난함에 대해서 끊임없이 이야기하며, 세세한 지출 내역을 언급하고 있다. 몇 꼬뻬이까가 남았고, 몇 루블을 주었느니, 채무가 몇 천 루블인지, 몇 천 루블이 생겼으니 돈을 어떻게 나누어 사업을 할 지 등을 낱낱이 밝히고 있다. 가난은 많은 것의 원인이 되었고, 사실 후반 부의 상황 전개는 스비드리가일로프의 돈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한 전개이다. 결국 돈이 문제였던 걸까?

(하)권에서 굵직한 인물인 루진과 스비드리가일로프와의 격돌 이외에도, 라스꼴리니꼬프는 예심 판사 뽀르피리 빼뜨로비치와도 범죄를 둘러싼 긴박한 심리전을 벌인다. (상)권 말미에서 자신을 ‘살인자’라고 부르는 묘령의 인물은 이 심리전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며, 이로 인해 라스꼴리니꼬프는 처절하게 저항하면서 무너진다. 도대체 그는 왜 자신의 범행 일체를 누군가에게 털어놓지 않고 못배겼을까!?

하권도 상권 못지않게 길다며 숨차게 다 읽었지만, 이어지는 에필로그! 그리고, 에필로그로 완성되는 이야기 <죄와 벌>이었다. 끝까지 징하고 징했던 라스꼴리니꼬프의 복잡한 심리에 감탄하며, 열린세전 002 <죄와 벌> (하) 완독!

전체 감상은 이어지는 <죄와 벌> (상) (하) 리뷰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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