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클 사일러스
조셉 셰리던 르 파누 지음, 장용준 옮김 / 고딕서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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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고딕소설 <엉클 사일러스>

책이 너무 재미있기만 하면 매력이 없다며, 차라리 어려운 책을 읽기를 택하는 지적 허영이 풍부한 나는 고딕 소설을 읽기 전에 좀 경계했다. 로맨스나 판타지, 무협 등 장르 문학은 백스탭으로 피해다니는데, 종종 부지 불식간에 그런 쪽(?)으로 빠져서 가뜩이나 없는 시간이 갈려들어가는 경험을 하곤 했기 때문이다. 고딕소설은 18세기~19세기의 중세적 분위기와 공포와 신비감을 가진 낭만주의 소설로, 옛날 텍스트이며 그 당시에 일종의 장르문학에 해당할 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세월을 이겨내고 다시금 되살아나 번역된 소설에는 이유가 있는 법. 옮긴이의 말에서 작가 조셉 토마스 셰리든 르 파뉴는 이 책이 자극적인 센세이션 소설로만 읽힐까봐 걱정했다고 하는데, 그러한 우려를 가지고 공들여 쓴 탄탄한 구조와 치밀한 심리 묘사는 이 책의 긴 생명력과 진가가 되어준다. 전모가 밝혀진 이야기의 골자는 의외로 보편적지만 고딕소설 특유의 요소와 센세이션한 사건들이 탄탄한 서사에 부가되는 재미로, 감칠맛으로, 양념으로 미궁속을 더듬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특히 등장 인물들의 개성이 무척 독특하게 느껴졌는데, 아홉살에 어머니를 잃고 세상과 단절된 채 하녀와 하인들에게 둘러쌓여 말수도 적고 스베덴보리교에 빠진 아버지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주인공 모드부터 심하게 위태로웠다. 스베덴보리교가 얼마큼 이단적인지 모드처럼 걱정했으며, 세상에 그렇게 흉측스럽고 이상한 프랑스인 가정교사는 무슨 생각으로 모드에게 붙여놓았는지, 그로테스크했다. 과하게 쾌활해 보이는 커즌 모니카도, 문제의 엉클 사일러스가 아주 잘생긴것 까지 모든게 다 일그러져 보였다.




그러나 읽을 수록 중세적 분위기는 유행에 따른 판타지한 장치라기보다는 필수 불가결한 시대적 배경으로 기능했고, 그로테스크함과 미스테리함 역시 주인공 모드의 어리고 미성숙한 시야와 불안한 심리에서 비롯된 것임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즉 정도를 걷지 않는 것 같은 종교에 대한 불안, 자신을 진실로 사랑하고 위하고 있지 않는 것에 대한 예리한 감각 들은 두려움으로, 불안으로, 그로테스크함으로 어린시절의 희뿌연 안개와 조각난 기억들을 채색한다.

이러한 미스테리함은 많은 이들의 어린시절의 단면이며, 특히나 외롭고 세상과 차단된 이들의 정체성과 다름 없다. 어린 아이는 모든 것을 알지 못하지만, 그래서 더욱 올바르고 용감하다. 특유의 감으로 자신을 진실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알아보며, 추구해야 할 방향성을 찾아 나간다. 아이의 무지함과 공포를 이용하려고 하는 어른들이 기괴할 뿐이다.

8백 페이지를 함께하면서 모드는 성장하고, 똑같이 신비스롭고 기괴해지다가, 부지불식간에 그들을 이용하기도 하면서 독자를 끌어들인다. 고딕 소설을 처음 만나 모드 처럼 어리버리 했던 나도, 어느새 맛있게, 게걸스럽게 책장을 넘겼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중독성이 있었고, 예상 외로 유익하고 달콤했던 <엉클 사일러스>, 읽어보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다. 다음 두 권의 고딕 소설 <공포, 집, 여성>과 <숲속의 로맨스>도 기대하며 읽을 예정!


꼭 읽고 싶은 책을 신청해서 지원 받았으며 진심을 담아 정성껏 서평을 작성합니다.

더 좋은 서평을 위해 늘 열독♡ 서평이 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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