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의 사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12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이동렬 옮김 / 민음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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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의 사람들이 읽을 때, 얼마나 재미있었을까 상상해본다. 왕권, 귀족, 평민 세 계급으로 대표되는 프랑스 혁명기의 간단한 계급은 소설 속에서 입체적으로 드러난다. 재산을 몰수당한 귀족, 교체된 왕권, 관리인이 된 평민, 정치적 권력을 손에 넣기 시작하는 부르주아, 눈치보기 바쁜 사제, 이 속에서 개인은 어떻게 균형을 잡고 무엇을 지켜야 할까? 

<어둠 속의 사건>은 1장 경찰의 시름, 2장 코랑탱의 복수, 3장 제정하의 정치 재판과 결말로 이루어져있는데, 1장에서는 시대배경과 복잡한 인물들을 등장시키고 1차 정치적 격돌이 있고, 2장에서 문제의 납치사건이 일어나며, 3장에서는 납치사건을 둘러싼 정치 재판이 상세히 기술된다. 그리고 결말에서 사건의 배후가 밝혀진다. 순서대로 읽어야 매력이 배가되며, 결국 감탄과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치밀한 구조이다. 




처음에 1장을 읽을 때까지 나는 시대적 배경을 크게 생각하지 않고 읽으려고 노력했다. 발자크의 세밀한 서술은 눈에 그리듯 보여지는 듯했고, 인물들의 성격 또한 매력적이고 분명했다. 하지만 도대체 발자크는 누구의 편인지, 헷갈리기 시작하면서, 역사적 배경을 다시금 짚어보고 읽었다. 

정확한 시대배경과 계급간의 이해관계들을 파악했고, 그러자 소설은 살아 숨쉬며 그 매력을 더욱 보여주었다. 천민은 개혁으로 재산이 생겼고, 모두 평화를 염원했으며, 각자 자신의 이익을 최대한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여백작 로랑스가 싫어해 마지 않는 황제 나폴레옹을 만나는 장면은 시대적 배경을 알고 보면 훨씬 더 전율이 인다. 

특별한 시기의 특정 정치 사건을 각색한 이야기이자, 시대적 이해가 있다면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정치소설, 역사소설, 추리소설일 뿐더러, 시대를 초월하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정치를 볼 수 있는 소설이었다. 

미쉬처럼 예리하고, 빠른 행동을 할 수 있을까? 로랑스처럼 우아할 수 있을까? 실존 인물 푸셰는 정말 저렇게 권력을 휘어 잡을 수 있었던 걸까? 코랑탱을 저열한 하수인으로 볼 수 있을까? 미쉬의 아내는, 로랑스의 하인들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궁금증이 인다. 과연 정치란, 이렇게 복잡하고 치열하고 냉철한 판단과 과감한 행동이 필요한 영역이다. 

등장인물을 재등장시키는 발자크의 <인간극>의 한 편인 <어둠 속의 사건>을 읽고 나니, 발자크의 소설을 당연히 더 읽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무척이나 재미있는 소설, 그리고 발자크의 필력에 완전히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소설이었다. 


* 민음사 제공 도서

더 좋은 서평을 위해 늘 열독♡ 서평이 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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