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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 1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278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허진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7월
평점 :
아무래도 <작은 아씨들>은 이번에 처음 읽는 것 같다. 내가 봤던 <작은 아씨들>은 어린이들을 위한 편역본 뿐이었다. 게다가 15살에 이미 다 컸다고 생각했기에, 그 이후에는 <작은 아씨들>같은 어린이 책은 읽지 않았다. 고작 넷째인 에이미보다 크고, 둘째인 조 보다 어릴 때였다. 셋째 베스의 아름다운 성정을 제대로 알아볼 수도 없었고, 첫째 메이의 고민은 시작되지도 않을 때였는데, <작은 아씨들>을 내려놓다니, 인생의 여러 굴곡들을 책 속 자매들 없이 혼자 이겨내야 했다.
자매들의 나이를 모두 지나버리고, 지나온 나의 시절과 군데군데 닮아 있는 각 자매들의 이야기에 푹 빠져서 읽었다. 이렇게 다양한 에피소드가 있었는지, 꿈에도 몰랐다. 어렸을 때는 조만 보였고, 막연히 조를 동경했다면, 이제는 모든 인물들을 조망할 안목과 여유가 생긴 듯하다.
하지만 아직 마치 부인의 나이는 되지 못해서 그런지 마치부인의 현명함은 너무도 놀랍게 느껴졌다. 딸 넷과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며 적절한 호응과 따스한 훈계, 꼭 필요한 조언들을 들을 준비가 된 자녀들에게 해주는 모습은 우아했다. 딸이 넷이라는 말만 들어도 존경하게 되는 아우라와 여러 에피소드에서 드러나는 육아팁들은 시대를 초월해서 다가왔다.
그런데, 로리와 같은 남자아이는 멸종한 게 아닐까? 남의 집 아들이라 그런지 로리와 같은 아이는 듣도 보도 못했다. 간혹 아주 장난이 심했다는 서술이 있지만, 로리처럼 참견하기 좋아하고(하녀 해나의 표현), 대화가 통하고 믿음직한 데다가 돈도 많고 쓸 줄도 아는 그런 아이라니. 로리는 둘째 조와 동갑내기 친구로 죽이 잘 맞고 뛰어다니며 놀면서도, 조의 마음을 헤아리고, 누나 메이를 아름답다고 말하면서도 어울리지 않는 허영을 질책할 줄도 알고, 베스를 아끼고, 막내 에이미까지 마차를 태워주며 어르고 달랜다. 만능캐도 이런 왕자 같은 만능캐가 없다.
로리 외의 남자 주요 인물로는 전쟁에 나간 아빠, 할아버지와 친분이 있었고 옆집에 사는 부유한 로린스 할아버지, 로리의 가정교사인데, 이들은 일종의 울타리 역할을 한다. (또 다른 울타리로는 마치 대고모도 있다.) 마치 집안은 가세가 기운 집안으로 하녀가 한 명 뿐이고, 하녀와 친구처럼, 의지하며 지내면서, 네 자매가 각자의 짐을 지고, 일을 하거나 학교도 다니며, 집안일도 분배하고 식사준비도 하며 생활을 이어 나가는 모습은 여전히 현실적이고, 시대를 초월한다.
<작은 아씨들>은 시대를 넘어서, 누가 어느 시기에 읽더라도 새롭게 느껴지는 이야기가 있다. 청정지역을 제공하며, 읽을수록 끝없는 그리움이 밀려든다. 잊은 줄도 모르고 잊고 있었던, 바라 마지 않을 수 없는 가족의 따스함도 깊이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문득 아름다워서 울게 되는 책이었다. 1부를 아쉽게 보내고, 2부는 어떨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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