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러블 스쿨보이 1 카를라 3부작 2
존 르 카레 지음, 허진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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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르카레 장편소설, <오너러블 스쿨보이>는 좌절스럽게도 너무나 비밀스러웠다. 50페이지가 되가도록 이들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서 ‘재미있어서 읽는게 아니라 뭐라는지 모르겠어’라면서 읽었다. 기자인가? 스파이는 언제 나오지? 어떻게 알았지? 누구지? 나는 그냥 대강 아는 척하면서 읽었고, 다행스럽게도 마침내 스파이 세계에 잠입하는 데 성공했다. 역시, 좀 아는 것 처럼 보여야 말이 통하는 법이다.

이들과 정보를 교류하려면, 일단 신뢰를 얻어야 하는데, 모드 개성과 스타일이 다르다. 어쨌든 교환할 정보가 있어야 하고, 제대로 접근해야 한다. 모든 것은 이중으로 기억하고, 기록하고 정확하게 상대편의 예측을 피해 합리적으로 움직여야한다. 모든 것은 세밀히 복원 가능해야 하지만, 절대 들켜서도 안되고 들켜도 알아볼 수는 없어야 하며, 명백해야 한다.

이야기의 흐름은 세심하게 전개되며, 의심스러운 상황에서도 끈질기게 파고드는 길로 안내된다. 알아들을 수 없는 은어가 언어유희로 승화되며 긴장을 풀어준다. 어쨌든 일은 추진되어야 하고, 마침내 가치가 증명될 순간을 맞이할 때까지 밀어붙여야 한다. 어쨌든, 스파이 세계가 존립하는 방법은 스스로 가치를 증명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 숙련된 이들에게는 어느 정도는 쉬워 보이고, 길은 명확해 보인다. 하지만 과연 끝까지 그럴까?

영국은 식민지 통치가 약해질수록 통치를 완화하려는 자들을 필사적으로 타도했다. 아니, 영국의 수입이 빠듯하다 할지라도 스파이는 제일 마지막으로 처분하는 사치품이 될 것이다.

56p


 


나는 용감하게 카를라 3부작의 2부를 읽으면서, 1부인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를 찾아보지 않고 읽기 시작했다. 문득 그냥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를 볼까 싶은 충동이 들긴 했는데, 이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을 좀 더 좋아해야 하나 싶을 때 그랬고, 사실 다른 이야기를 궁금해 할 필요는 없었다. <오너러블 스쿨보이>가 2부라는게 중요한 게 아니고, 언제 어디에 투입되든 사건의 흐름을 따라 잡아야 한다.

내가 이 책에 바랐던건 비밀스러운 분위기와 흡입력 있는 스토리로 나를 다른 세계에 데려다 놓는 것이었다. 허구의 아름다운 세계가 아니라, 실재하는 다른 세계, 이면의 진실은 어떤 세계보다도 매력적이었다. 세상은 이렇게 돌아가는군! 하면서, 정신없이 이야기를 따라가게 했다.

작가 존 르 카레(실명: 데이브드 무어 콘월)는 영국 비밀정보국 SIS소속의 실제 스파이 요원으로, 가명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해서, 소설가로서 어느 정도의 인세를 벌 수 있게 되자 관료생활을 끝냈다. 실제 스파이 요원으로서 정부에 대한 충성보다는 정보기관 내의 부조리에 관심이 많았고, 정부의 훈장 조차 거부했다. 그의 소설이 사실적이면서도 스파이 세계를 미화하기만 하고 있지 않은 것은 그의 경력이 발로이다.

실제 스파이의 세계 깊숙이 독자를 안내하는 소설, 1권을 힘겹게 시작했으나 발을 디딘 보람을 느끼며, 2권도 열독 예정. 궁금하다면, 첫 문턱을 조심할 것 그리고 서커스 1열을 차지하고 즐길 수 있기를.


꼭 읽고 싶은 책을 신청해서 지원 받았으며 진심을 담아 정성껏 서평을 작성합니다.

더 좋은 서평을 위해 늘 열독♡ 서평이 힐링♡



영국은 식민지 통치가 약해질수록 통치를 완화하려는 자들을 필사적으로 타도했다. 아니, 영국의 수입이 빠듯하다 할지라도 스파이는 제일 마지막으로 처분하는 사치품이 될 것이다.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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