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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노동 - 스스로 만드는 번아웃의 세계
데니스 뇌르마르크.아네르스 포그 옌센 지음, 이수영 옮김 / 자음과모음 / 2022년 8월
평점 :
나의 노동에서 가짜 노동을 줄이겠다는 다소 희망적인 기대로 읽기 시작한 <가짜 노동>은 내 예상을 뛰어 넘어 모든 것을 전복시켰다. 이 책은 위험하다. 거의 모든 사무직은 없어져도 상관없다. 이러한 도발은 좀 곤란하지 않나?
나는 사회가 바뀌어야 바뀐다는 뻔하고 문제제기가 싫다. 사회에서 통용되는 가치기준이 바뀌어야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는거야 누군들 모를까. 하지만 사회가 택한 가치기준이 그 모양 그 꼴이니 문제가 발생하고 내가 고통받는게 아닌가. <가짜 노동>도 노동의 가치 체계 그 자체를 뒤흔든다. 사회에서 통용되고 있는 대부분의 노동이 모종의 사회적 합의에 의한 허상이란다.
조금은 뻔한 이야기 같고, ‘진짜 노동이 뭔데?’ 하는 욱하는 심정을 가질 수도 있으나, 이 책의 사려 깊은 청사진은 공감을 먼저 불러 일으켰고, ‘당장 일을 그만 두라는 건가?’ 싶은 마음이 들지 않도록 차근차근 길을 안내한다. <가짜 노동>의 핵심 사상은 매우 타당하고, 노동의 역사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나 같은 사무직이라면, 공감을 먼저 하고, 윗사람들을 흉보는 마음을 가지다가 뜨끔 하기도 하고, 결국은 처한 상황에 좌절을 할 만큼 하고 이 책이 마련한 합리적인 해결책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옳은 가치란 결국은 받아들이고 꿈꿀 수 밖에 없다. 이상향이 이상향일 뿐이 더라도 이상향을 향해 가야 더 나은 세상이 오는 게 아닌가.
무엇보다도 다행인 점은, 이 책이 제시하는 가치란, ‘퇴사하세요, 자신의 꿈을 찾으세요’가 아니라는데 있다. 이미 퇴사하라는 글과 책은 수 없이 많다. 하지만 퇴사를 해서 새로운 ‘가짜 노동’을 꿈꾸거나, 내 꿈을 위한다는 명목 하에 수많은 ‘가짜 노동’을 스스로 창조하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알려주는 책은 많지 않다. 무슨 일을 하든, 어떠한 꿈을 좇던지, 그리고 어느 정도는 사회에서 합의된 가짜 노동을 하기로 하였다고 해도, 의미를 알고 합리적인 노력을 기울이며 자신을 소진시키지 않는 방향을 제시한다.
번아웃은 알았지만, 보어아웃(boreout) 증후군은 이 책에서 처음 접해보았다. 직장에서의 극단적 지루함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아주 흔한 일(82p)이지만, 보어아웃은 종종 무섭게 번지는 <가짜 노동>으로 번아웃으로 유도된다. ‘월급 루팡’이라는 말이 한 때 유행했다가 암암리에 사라진 듯하다.
이 책을 다 읽고, 잠시 고민에 빠졌다. 결국은 먼저 스스로 솔직해져야 하고, <가짜 노동>을 없앤 자리에 채워 넣을 더 진실한 일을 하는데 익숙해져야 한다. 나의 시간을 더욱 소중히 여기며, 유의미한 인생을 살 수 있도록 기꺼이 나아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내년 휴직 또는 단축근무에 앞서 신박한 제안의 실마리는 예상보다 더 근본적으로 검토되었으며, 실질적인 조언 또한 제시되었다. 나에게 꼭 필요했고 유익했던 책 <가짜 노동>에 감사하며, 노동이 필요한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
꼭 읽고 싶은 책을 신청해서 지원 받았으며 진심을 담아 정성껏 서평을 작성합니다.
더 좋은 서평을 위해 늘 열독♡ 서평이 힐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