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 스탠드 꿈꾸는돌 32
추정경 지음 / 돌베개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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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표지의 멋스런 <언더, 스탠드>는 한 단어인 Understand를 둘로 나누어 “이해는 아래로 가서 서 봐야 한다”는 풀이로 언더(UNDER), 스탠드(STAND) 두 단어로 나누어 표기했다. 멋스러운 장편소설인가 싶지만, 의외로 분류가 청소년 소설이다. 주제는 ‘인간 이해’라는 다소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었다. 


책은 제목과 표지, 그리고 내용의 조화로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작가와 수 없이 읽은 편집자와, 표지 디자이너와의 표지 시안, 제목이 선정되는 모든 과정에 책의 내용이 녹아 있기에, 늘 제목과 표지를 떠올리며 책을 읽는다. 그런데, 이 책은 절반이 넘도록, 나를 이상한 곳에 데려다 놓는 기분이었다. 이해는 아래로 가서 서 봐야 한다는 추상적인 제목의 청소년 소설로 분류된 책, 표지도 제목도 차분하기만 하다. 이해란 상대가 필요한데, 불특정 다수인 인간을 이해하는 보편적인 방법이 있을까 싶었다. 



종잡을 수 없는 기대감과 혼란스러운 마음. 그러나, 독특한 소재와 스토리가 무척 흥미로웠다. 실제 같은 VR을 위해 인간의 몸 안에 칩을 삽입하고 컨트롤러를 집어넣는 기술을 개발한 스타트업 대표 목훈이 주인공이다. 목훈은 칩을 삽입하는 전 단계로 인간의 뇌파를 조절하여 상상이상의 반응을 끌어냈고, 프로그램의 최종단계에서 기술적 어려움이 아닌 다른 영역에서의 난관을 만난다. 


VR기술과 관련되는 우려인 윤리적 반대는 사회적 공론화나 인권단체를 통해서 불거지지 않고, 프로그램에 침입한 해커의 훼방으로, 돈줄로, 아버지와의 관계로 실제적이고 개인적으로 나타난다. 실재와 같은 VR기술의 발전은 어디를 향할 것인지, 그리고 예상되는 난관은 어떤 식으로 나타날 것인지에 대한 작가의 방향설정은 내 좁은 식견을 넓혀주었다. VR로 구현되는 새로운 세계, 그리고 실재같은 경험이 끌어내는 것들은 이 소설의 매력으로 다가왔다. 


주인공 목훈과 동료들이 30-40대 정도의 나이이고, 윗세대 인물들이 많이 나오며, 청소년은 초반에 잠시 등장하기 때문에, 청소년 소설이라는 생각은 딱히 들지 않았다. 분량이나 가독성은 어느정도 청소년 소설의 기준에 맞을 지는 모르겠지만, 주제나 주요 요소가 어른들이 읽기에도 좋을 것 같았다. 


<언더, 스탠드>는 어떤 이해를 말하는지는 중반부를 넘어가서야 비로소 구체적으로 다가왔다. VR기술의 발전과 관련된 간단한 논의가 아니었다. 세대를 뛰어넘는 이해, 윗 세대를 향한 이해와, 그러한 이해의 토대를 마련하는 아랫 세대의 고민도 있었다. 이해란, 심해에서, 또는 고원에서 이루어질까? 


너도 나이 들면 알게 될 거야’라는 말은 뜬구름 잡는 듯 들린다. 그리고 너무 늦은 때에 그 말을 떠올리며 후회하는 것은 진부한 클리셰가 된 지 오래이다. 인간 역사상 계속되었던 세대간 삽질은 VR 기술로 메울 수 있을까? 


<언더, 스탠드>의 파란 표지, 심해인지 고원인지 그 곳에서 VR 기술과의 결합으로 강렬하게 남았던 소설이었다. 


꼭 읽고 싶은 책을 신청해서 지원 받았으며 진심을 담아 정성껏 서평을 작성했습니다.

더 좋은 서평을 쓸 수 있도록 열독하겠습니다. 서평이 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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