뷔히너 전집 열린책들 세계문학 247
게오르그 뷔히너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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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3년-1837년 23세의 젊은 나이로 요절한 천재 극작가, 작가 의학자 게오르그 뷔히너. 열린책들의 <뷔히너 전집>에는 게오르그 뷔히너의 전 작품이 실려 있다. 희곡, 단편, 전령, 뇌신경에 관한 시범 강연까지 다양한 형식의 글이다. 짧은 생애를 산 뷔히너의 글을 읽으며 23세의 천재 작가의 재능과 잠재성에 대해서 느껴 볼 수 있었다.

뷔히너는 혁명의 시대에 태어나 부조리함에 저항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그렇기에 그의 언어는 필연적으로 은유와 풍자,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하지만 무엇 보다 그를 천재로 만든 것은 그의 독특함이었다. <보이체크>외 일부 미완의 작품들은 거칠고 투박할지 모르지만, 강렬하고 창의적인 비유는 과감하고 매력적이다.



강렬했던 희곡 두 편 <당통의 죽음>과 <보이체크>에서는 숙고하는 영혼, 낭만적인 선동가, 혁명이 만들어낸 혁명가를 만나고, 실존 인물이라는 점에서 충격받았던 핍박받는 주인공도 만났지만, 이들 두 희곡보다는 평이한 로맨스가 아닐까 기대했던 <레옹스와 레나>를 읽으면서, 뷔히너의 독창적인 시선에 완전히 굴복되었다.

‘영원히’는 너무 길다며, 앞으로 5천년 7개월만 사랑해도 충분할 것 같다(p.200)던 주인공 레옹스는 마음속에 이상적인 여인을 찾아야 한다며 방랑하는데, 그가 찾는 여인은 무한히 아름다우면서 무한히 백치 같은 여인, 정신적인 육체 속의 정신적인 죽음을 의미하는 감동적인 대조를 가진 여인이다(p. 215). 레옹스의 사랑은 결국 대상 없이 부조리함을 부르짖고, 현실에서 유리된 자기 자신을 향한 연민과 자기애로 점철되어 있을 뿐이다.

뷔히너의 작품은 현시대에서도 상연될 만큼 유효하며, 무한한 잠재성을 가지고 있다. 그 연유는 그만의 독특한 시선의 예리한 단면이 보여주는 새로운 풍경 때문일 것이다. 사회와 개인이 가지는 피할 수 없는 부조리함, 혁명을 불러 일으키는 심연에서부터 올라오는 분노, 격동하는 투쟁의 동력은 그의 시선에서 빛을 발한다. 사랑에서 조차 그는 완벽하면서도 부조리하고, 도피만을 원하는 이기적인 사랑을 찾아내는 눈을 가지고 있다.

<보이체크>와 마찬가지로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쓴 <렌츠>에서는 정치 비판보다 인간 존재 자체에 대한 그의 시각도 느낄 수 있었다. 악화되는 정신병을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렌츠의 서신을 기반으로 쓰인 단편은 의학자이기도 한 뷔히너의 깊은 이해와 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렌츠는 괴테의 미움을 받는 불운의 천재 작가로, 뷔히너의 오마주로 인해 오명을 씻을 수 있었을 듯 하다.

다소 도전적이었던 희곡읽기를 독특한 <뷔히너 전집>으로 하게 되어 즐거웠다. 희곡에 좀 더 익숙해 진 후에 그의 희곡을 다시 읽어보아도 좋을 것 같지만, 장르적인 특성 보다는 그의 시선과 창의적인 표현에 계속해서 매료될 수 있었다.


꼭 읽고 싶은 책을 신청해서 지원 받았으며 진심을 담아 정성껏 서평을 작성했습니다.

더 좋은 서평을 쓸 수 있도록 열독하겠습니다. 서평이 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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