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는 맛의 세계사 - 맛에 숨겨진 흥미로운 인류 역사 이야기
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 오정화 옮김 / 탐나는책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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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시대 사람들이 어떤 단 맛을 즐겼는지 궁금해 해 본 적은 없었다. 그리스에서 신 맛이 사치스러움과 관련이 있을 건 전혀 알지 못했다. 성경에서 소금의 비유의 의미가 이렇게 와 닿았던 적은 없었다. <처음 읽는 맛의 세계사>는 ‘맛의 세계사’를 처음 읽는다는 것을 넘어서, 세계사 읽기에 혀를 처음 사용해 보는 기분이었다.

혀로 맛을 감지하며 세계사를 읽는 기분은 새로웠다. 어떤 부분은 역사의 지엽적인 부분을 들춰내어 흥미로운 이야기를 알려주었고, 이는 몰랐던 부분에서 혀가 자극되는 찰나의 기쁨을 주었다. 반면, 간디의 소금행진이나 후추의 무역은 맛이 역사의 전면에 드러난 사건으로, 맛이 제대로 세계사를 관통하는 것을 보여주었다.


맛은 세계사에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데올로기나 경제발달과 같이 세계사의 굵직한 흐름과 명맥을 함께하는 요인이 아닐까? 하지만, 음식을 먹지 않았던 나라는 어디에도 없었고, 음식에는 당연히 맛이 있었다. 사람들은 당연히 매일 맛을 느끼며 음식을 먹었고, 맛의 추구는 세계를 움직였을 것이다. 그 시대에 귀하고 진귀했던 음식은 소수자에게, 흔하고 인기가 없었던 음식은 홀대받으며 역사는 흘러갔다. 세계사에서 맛을 빼버렸다는 게 오히려 안타까웠다.

안타깝지만,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세계사와 음식을 연관해서 생각하면, 고추, 생강, 마늘 등의 식재료의 원산지와 이동경로가 화살표로 복잡하게 그려진 세계 지도만이 떠올랐다. 깨알 같은 작물과 화살표는 외우는 수밖에 없었다. 굳이 왜 이걸 외워야 하는지 모르는 채로… 나의 상상력이 무척이나 부족했던 것 같다. 매운 맛과 음식문화가 변화되는 것이 얼마나 흥미로운 역사가 될 수 있는지를, 이 책의 이야기와 같이 재미있게 느꼈다면. 더 열심히 탐구해 보았을 텐데… (그리고 세계사 점수도…)

음식의 경로 뿐만 아니라, 시대에 따라 홀대 받기도, 추대 받기도 했던 역사도 재미있었다. 커피가 세계의 상품화가 되기 전, 오랜 시간동안 먹지 않는 열매였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역사이지만, 오스만 제국에도 커피의 집(카페)가 있었고, 심지어 16세기 중반 예루살렘에서는 카페를 폐쇄하는 칙령을 내리기도 했다는 것은 새로웠다. 17세기에 유럽으로 전파된 커피의 경로도 흥미롭다. 첫 명품 커피와 처음부터 상업 전략 작물이었다는 사실도 충격적이었다.

세계 역사 곳곳에 흩어져 있는 흥미로운 맛들을 모아서 한 권의 책으로 엮은 <미야자키 마사카츠>의 <처음 읽는 맛의 세계사>를 읽고 나니, 역사속의 맛들이 더욱 궁금해진다. 이국적인 맛에 끌리고, 외국의 과일과 채소의 향을 잊지 못하는 마음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많은 것을 움직인다. 세계사에 맛이 있었다는 너무나 당연해서 감춰진 이야기들을 맛보아서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꼭 읽고 싶은 책을 신청해서 지원 받았으며 진심을 담아 정성껏 서평을 작성했습니다.

더 좋은 서평을 쓸 수 있도록 열독하겠습니다. 서평이 힐링♡

인간은 물건을 모으는 것만으로 행복해질 수 없으며, 삶과 생활의 풍미를 깊게 하는 것은 결국 감감 - P4

역사의 흐름 속에서 인류는 쓴맛과 신맛에서도 유용성을 발견하였으며, 감칠맛이라는 문화적 미각을 개발했다. - P6

되풀이되는 세계사 속에서 많은 사람이 소금의 결핍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 - P18

인간은 달콤함의 유혹에 약했다. 쾌락을 ‘꿀맛’이라고 표현하는 것처럼 단맛은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는 가장 첫 번째 맛이 되었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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