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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에서의 죽음‧토니오 크뢰거 ㅣ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6
토마스 만 지음, 김인순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6월
평점 :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시즌 2. 이국의 사랑: <베네치아의 죽음·토니오 크뢰거>
시즌 2의 테마인 '이국의 사랑'은 사랑의 범주를 넓혀준다 '삶의 이편에서 저편으로 건너가면 만날 수 있는 사랑의 얼굴'이라는 키워드에서도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토마스 만의 두 편의 단편(보다는 좀 긴 중편) '베네치아의 죽음'과 '토니오 크뢰거'는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토마스 만의 단편 중에 보다 직접적으로 사랑을 다룬 소설도 있으나, 휴머니스트 세계문학이 선택한 두 편은 특히나 그 깊이와 지향점이 비슷한 듯 하다.
'사랑'이라는 주제가 지향하는 바가 한정적일까? 사랑이 이루어져서 행복하거나 이루지 못해서 슬퍼하는 이야기?
두 소설의 시작은 그러한 평범한 사랑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사랑의 범주를 넘어섰다.
남녀간의 사랑, 상호적인 관계를 지향하는 평범한 사랑의 범주를 넘어서는 사랑은, 과연 사랑일까?
일종의 동경과 초월의지에 가깝다.
하지만 그것이 사랑이 아니면 무엇일까?
사랑의 대상이 나를 경멸의 눈으로 보지 않기를 바라며,
나를 진정으로 인정해 줄 리는 없지만, 나는 그들을 계속 곁에 두고 보고 싶다.
그들은 빛이나고, 나는 그들에게 그저 보이는 있는 존재만 될 수 있다면.
사랑의 대상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활기가 생기는지.
모든 갈망과 희망은 그들에게서 나온다.
그들로 인해 내가 바라는 것이 명확해지고,
내가 갖지 못한 것은 내가 갖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그들로 인해 포기해야 할 것 들을 더욱 처절하게 포기하게 된다.
내가 추구하는 모든 것들은 그들에게 닫지 못하는 현실을 회피하기 위함이고,
결국은 그들을 바라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남아있는 것들은, 그들과 내가 다르다는 것을 상기시킬 뿐이다.
토마스 만은 순진무구하고 소박하고 명랑한 사람들, 자기가 가진 것을 충분히 활용하는 자신 만만한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구분짓는다. 그리고 항상 그렇지 못한 사람들 편에서 내면의 모든 것을 샅샅이 드러낸다. 깊이 공감할 수록 더 외로워 지는 그의 문장들을 보면, 위로와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베네치아의 죽음'과 '토니오 크뢰거'는 동경과도 같은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고 비극으로 끝난다. 하지만 동경의 목적이 대상과 이어지는게 아닌 점에서, 이 두 소설은 행복한 결론에 가깝다.
동경은 더 높고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는 행위 속에서 충분히 역할을 다한다. 자기가 갖지 못하는 것을 포기하는 것도, 자기 자신의 성장과 자신을 가꾸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아내게 하는 것도 동경이 꽃 피우는 것들이다. 물론, 파괴적인 성향도 갖고 있으며, 그도 소설속에서 충분히 나온다. 소설을 통해 동경의 횡포와, 가치, 그 힘을 느껴볼 수 있는 두 편의 소설.
같은 듯 다르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랑의 진수를 보여준 소설.
이국의 사랑의 테마를 하나씩 읽으며, 사랑의 경지를 넓혀가고 싶었던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시즌 2, <베네치아의 죽음·토니오 크뢰거> - 나의 첫 휴머니스트 세계문학책으로 나를 완전히 매료시킨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