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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반쪽
브릿 베넷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5월
평점 :
1968년 작은 타운, 15년 전 사라진 쌍둥이 자매 중 한 명이 7살 딸을 데리고 나타난 데서 소설은 시작한다. 저자 브릿 베넷은 독자를 단숨에 이야기 한가운데 던져두고 굵직한 서사를 쏟아낸다. 독자는 강렬한 의문을 가지고, 묵직한 충격을 견뎌가며, 삼 대에 걸친 서사를 헤집게 된다. 엄마는 작은 타운에서 너무 많은 것을 잃었고 쌍둥이까지 떠나버렸었다. 엄마는 갑자기 돌아온 딸과 처음보는 손녀가 다시 달아나지 않도록 손녀에게는 딸의 인형을, 딸에게는 모닝 커피 한 잔을 건넨다.
이 작은 타운은 특이하다. 1945년도 미국 남부의 작은 마을 사람들은 옅어진 피부색을 중요시 하며, 자신들 보다 검은 사람은 차별하면서도 백인의 폭력에는 여전히 대항할 수 없다. 피부색이 중요하지만, 그럼에도 백인이 아닌걸 모두가 알고 있다. 그들의 자부심과 한계가 있는 타운에 쌍둥이 한 쪽은 천연덕스럽게 검디 검은 어린 딸을 데리고 돌아오고, 한 쪽은 떠난 채 백인으로 패싱해서 인생의 절반을 살고 있다는 산다는 소문이다. 돌아온 쌍둥이 한쪽의 상황을 견디며 다른 한 쪽을 무한히 추측하며 추적한다. 그리고 드러난 진실과 그 쪽 편에서 태어나고 자란 또다른 딸. 삼 대 서사의 완성이 기다리고 있다.
이 소설은 마음을 졸이지 않고 읽을 수 없다. 작은 타운, 버려진 엄마, 사라진 자매, 하나만 돌아온 딸, 까만 손녀와 행방을 알 수 없는 다른 딸,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숨어야 하고, 찾아도 될 지 의심하며 다른 반쪽을 찾아 다니는 이야기를 태평하게 읽을 수는 없다. 모두의 시선이 따갑다. 엄마가 딸을 보는 시선, 마을 사람들이 돌아온 딸과 그녀의 딸을 보는 시선, 서로가 서로를 보는 모든 시선에 저마다의 날카로움이 있다. 어째서 숨을 수 없고, 숨길 수 없는데, 사라질 수 있고, 이토록 알 수 없고 찾을 수 없을까. 어쩌면 진실로 중요한 것은 찾아 헤맨다고 찾을 수 있는게 아닐지도 모른다.
쌍둥이 자매는 패싱의 양면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쌍둥이인 자매의 같은 듯 다른 점은 소설 여러곳에서 계속해서 나오며 패싱의 이유와 패싱을 했을 때와 하지 않았을 때의 장단점을 다각도에서 드러낸다. 외모는 같고, 성격은 다르고, 공부를 잘하는 쪽과 못하는 쪽, 깔끔한 쪽, 더러운 쪽, 철저한 쪽과 덤벙대는 쪽, 대범할 수 있는 쪽, 속일 수 있는 쪽, 감내할 수 있는 쪽과 떠날 수 있는 쪽. 이들에게 패싱은 예정되었고, 어짜피 다른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게 아닐까. 쌍둥이는 동시에 다른 삶을 사는 타인으로 각자의 세상에 존재하지만, 결국은 서로가 서로에게 속박이 되는 것은 패싱의 한계를 드러내기도 한다. 한 사람 안에도 상반되는 성향이 있을 수 있고, 내면에서의 내적 갈등은 항상 실시간으로 일어난다. 쌍둥이가 중심 인물인게 처음에는 흥미로 와닿다가, 문득 보편적인 갈라짐으로 느껴지는 순간에 전율이 있었다.
세대를 거쳐가는 갈등의 양상 또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다. 시대는 개인이 변화를 느끼기에는 지겨우리만치 천천히 변하고, 가족 내의 문화는 질기게 이어진다. 하지만, 시대는 결국 급변하고, 가족 문화는 가족 안에서는 세대간의 상처와 골을 남기며 퇴색할 뿐이다. 그리고 마친내 놀라우리만치 새 시대에 새로운 가족이 탄생하게 된다. 모두는 시대의 희생양이자 개혁자다.
독특한 소재와 설정, 과감하고 치밀한 서술, 여성 서사로 삼 대를 넘어가는 장대한 이야기의 흐름은 흥미롭고도 충격적이고, 세심하면서도 무겁고, 특이하면서도 보편적이다. 약자의 삶은 외면 받았으나 부정할 수 없는 이야기이다. 어떻게든 살아내는 것 처럼, 읽기 시작하면 헤어나올 수 없는 경험을 하게 될, <사라진 반쪽>.
소설 속 반쪽을 찾을 수 있다면 내 안에 잃어버린 줄도 몰랐던 반쪽을 채울 수 있을 것.
세대를 흐르는 역학과 내 세대의 특권, 교량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책.
꼭 읽고 싶은 책을 신청해서 지원 받았으며 진심을 담아 정성껏 서평을 작성했습니다.
더 좋은 서평을 쓸 수 있도록 열독하겠습니다. 서평이 힐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