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쓰레기는 재활용되지 않았다 - 재활용 시스템의 모순과 불평등, 그리고 친환경이라는 거짓말
미카엘라 르 뫼르 지음, 구영옥 옮김 / 풀빛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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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더믹 이전, 일회용품 억제 정책이 활성화되면서 한 유명 커피 업체에서 종이 빨대를 사용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그 빨대가 종이 재활용 자원이 된다고 생각하며 빨대 사용에 대한 죄책감을 덜었던 적이 있다. 또한, 편의점에서 주는 봉투에 재활용 자원으로 만든 봉투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편의점에서도 봉투를 구매할 때 죄책감을 덜었었다. 그리고 최근, 분리수거를 직접 하게 되면서 내가 사 오는 물건에 비닐이 정말 많음을 인지하고, 재활용을 공부하며 비닐은 연료로 재활용이 되기 때문에 스티커나 불순물이 붙어있어도 영향이 없다는 글을 읽고 나서는 비닐랩에 붙은 가격표나 택배 송장을 잘라내지 않고 죄책감을 덜며 편하게 배출을 한 적도 있다.

 

문제에는 항상 답이 필요하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의 행위를 정당화할 수 있는 한 줄의 명쾌한 해답이 나오면, 내면의 죄책감에서 탈출하며 마음의 평안을 되찾는다, 내 행위를 정당화 해주는 한 줄의 해결책이 내 앞의 문제를 사라지게 하고, 나의 문제의식 또한 잠재워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학적 공식처럼 명확한 답이 없는 사회적 문제에는 공리주의적 추론 때문에 다수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답변, 즉, 민주적으로 추론된 해결책이 잠정적으로 최선의 대안으로 추대될 뿐이다. 이러한 잠정적 해결책이 갖는 맹점은 민주주의의 4대 원칙 중 하나인 전복 가능성 원칙에 의해 소수의 피해가 공론화될 때에 그 정당성을 잃게 된다는 점이다. 

 

작가는 이러한 진정한 민주주의 원칙 중 하나를 우리에게 상기하며, 지금 우리가 찾은 해결책인 재활용 산업 구조에 문제가 있음을, 우리가 민카이 마을 사람들의 목소리에 주목하고 우리가 찾았다고 믿어온 해결책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외침의 기반에는 유명한 화학자가 제시한 기본 법칙이 존재한다.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고, 아무것도 새로 생겨나지 않는다.’ 

                                                         - 라부아지에-

 

작가는 쓰레기가 다시 “재활용”이 될 것이라는 신화적 믿음 아래 단행되었던, 현대적 “연금술”인 재활용 산업이 가장 기본적인 화학적 법칙을 거스르며 우리가 해결했다고 생각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음을 논증한다. 

 

재활용 원료는 단지 소수의 이익 창출 행위의 대상일 뿐이고, 민주적 공론의 장에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민카이 마을의 주민은 고구마를 키우며 살아오던 삶의 터전이 오염됨에 따라 자신들의 풍요로운 삶을 포기하고 새로운 돈벌이를 위해 쓰레기 선별 작업에 투입되고 있으며, 공적 문제 해결의 대가로 지급되는 공적 자금은 이러한 행위로 인해 삶을 터전을 잃은 사람들에게 돌아오지 않고 있고, 이러한 희생을 창출하며 재활용된 원료는 ‘불순하다’라는 이유로 폐기물을 수출한 국가에서 수입하지 않고 내수용으로만 거래된다고 한다. 

 

결국, 우리가 “보고 싶은 미래”를 “설계(Shaping)”하기 위해 고안한 해결책이 

단지 폐기물을 멀리 “치워버리는(Shipping)” 행위였음을 이 책은 폭로하고 있다, 

매주 돌아오는 분리수거 날인 월요일이 이제 다시 불편해 지고 있다. 

내가 마신 커피 한 잔의 컵은 어디로 치워지고 있는 것일까?



꼭 읽고 싶은 책을 신청해서 지원 받았으며 진심을 담아 정성껏 서평을 작성했습니다.

더 좋은 서평을 쓸 수 있도록 열독하겠습니다. 서평이 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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