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로 보는 단테의 신곡 (양장) 명화로 보는 시리즈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이선종 편역 / 미래타임즈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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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로 보는 단테의 신곡

단테 알리기에리 | 이선종 편역 | 미래타임즈


죽음 이후의 사후세계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지는 죽음을 대하는 태도와 삶의 자세에 큰 영향을 준다. 그러나, 사후세계에 대한 흥미는 어느 시대에는 담론화 되었을 지 모르지만, 실증적 태도가 당연시 된 현시대에서는 종교적, 문학적 화두가 될 뿐인 듯 하다. 사후세계에 대해 개인적인 결론이 어떠하든지, 혹은 종교에 따라 사후세계에 대한 확립된 믿음을 갖게 되었다 하더라도, 문학으로서의 입지가 단단한 단테의 신곡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신곡은 천주교 신앙에 바탕을 두었으나 종교적 관점에 국한하지 않고 사후세계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한다.


단테는 피렌체에서 귀족으로 태어나 종교적, 정치적 갈등 때문에 피렌체에서 추방당해 이탈리아 소도시를 떠돌다 타지에서 생을 마감한다. 가난과 치욕적인 삶 끝에서 완성한 인생의 역작 신곡의 원제는 《La commedia di Dante Alighieri》(단테 알리기에리의 코미디(희극))이다. 이탈리아 원문은 전체가 운율을 맞춘 운문 형태로 되어있어, 원어로 읽는다면 그 아름다움이 곱절 그 이상이 될 것이다. 단테는 인생의 말로에서 모든 구절을 시어처럼 골라서 자기 자신의 희극을 쓴 것이다.



단테는 스스로 희극의 주인공이 되어 사후세계를 여행하며 자신의 생애에서 마주한 개인적, 정치적, 역사적 인물들을 만난다. ‘단테 알리게리의 희극’은 신을 노래하는 ‘신곡’이 되었으나, 단테는 신을 노래하기 보다는, 자기 자신의 모든 생애, 믿음, 사후세계에 대한 꿈을 ‘단테 알리게리의 희극’에 녹여 냈다. 단테 자신의 종교가 배경에 짙게 깔려 있지만, 이 책은 성경도 계시를 담은 종교 서적도 아닌 것을 염두에 둔다면, 사후 세계에 대한 사유를 보다 폭넓게 할 수 있다.


단테는 그의 종교인 천주교의 세계관에 따라 지옥, 연옥, 천국을 배경으로 큰 틀을 잡고, 그 세부적인 구조와 체계를 정교화했다. 지옥을 1옥에서 9옥까지 9단계의 심층 구조로, 연옥을 1권역에서 7권역 및 지상낙원에 이르는 둘레길을 올라가도록, 천국을 일곱개의 하늘과 그 위의 세 하늘로 열개의 하늘로 구성했다. 그리고 이들 구역 전부를 스승 베르길리우스, 첫사랑 베아트리체, 베르나도와 함께 여행하며 모든 구역에서 자신과 친숙한 영혼들과의 문답을 이어나간다. 단테는 각 구역에 어떤 영혼들이 어떻게 배치되어 어떻게 생긴 사후 세계 속에 있는지를 끊임 없이 보여주며 극을 이끌고 있는데, 다수의 현존했던 인물들을 평가로 그들을 반면교사 삼아 효과적으로 교훈을 이끌어 내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단테는 지옥에서는 신의 심판과 죄 지은 영혼의 처참함을 끝 없이 보여주고, 연옥에서는 죄의 씻음과 천국에 닿는 방법들을 보여주며 회개와 개선을 촉구하고, 천국에서는 가치와 진리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단테의 서술은 이들을 평가하고 있으나, 면면이 사랑이 느껴진다. 단테는 이 모든 것을 계시를 받아 쓰지도 않았으며, 상상력을 권력삼아 일갈하지도 않았다. 신에 대한 믿음과, 모든 영혼들에 대한 사랑으로 겸손하게 나아갔다. 이는 자신을 위로하는 대서사시이자 후손들을 위한 사랑의 메시지인 것이다.



단테의 희극을 명화와 함께 감상할 수 있는 ‘명화로 보는 단테의 신곡’은 곳곳에 등장인물을 그린 명화를 실어서 흥미를 더했다. 수많은 명화가 포함되어 있는데, 단테의 신곡 자체에 영감을 받은 작품들도 있지만, 시대의 유명인을 그린 초상도 많았고, 그림과 등장인물에 대한 짤막한 설명도 포함되어 있어서 희극을 제대로 즐길 수 있게 해주었다. 명화와 적절한 분량의 편역 덕에 오페라 한 편을 본 듯 박진감 넘치게 읽을 수 있는 ‘명화로 보는 단테의 신곡’을 읽고 사후 세계를 구체적으로, 생생하게 상상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상상력을 동원하여 단테의 인물 대신에 자신의 생애의 인물들을 넣어보고, 자기 자신의 면면을 비춰보며 여행하다 보면, 현실에 묶여 고민하던 것들을 풀어낼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사후 세계가 없지 않고 있다면’, ‘사후세계가 있으나 심판이 없지 않고 심판이 있다면’, ‘심판과 그 이후의 여정이 없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면’과 같은 변증과 함께, 단테가 제시하는 정교한 틀을 탐독해 보길 권한다. 이러한 상상과, 이 모든 것을 낱낱이 부정하더라도, 사후 세계에 대한 탐독으로 삶의 태도를 달리 할 수 있을 것이다.

꼭 읽고 싶은 책을 신청해서 선물♡ 받았으며 진심을 담아 정성껏 서평을 작성했습니다.

더 좋은 서평을 쓸 수 있도록 열독하겠습니다. 서평이 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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