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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
허버트 조지 웰스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22년 3월
평점 :
‘과학 소설의 아버지’라 불리는 소설가 허버트 조지 웰스는 생물학을 공부한 과학교사이기도 하다. SF이면서 고전이라는 이중의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소설에 대해, 나는 지나가 버린 과학적 기대감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을 것으로 속단하고 기대가 되지 않았다. “투명인간”이라는 소재 도 흔하게 소재로 느껴지고, 인간이 투명해 지는 것 쯤에 대해서는 놀라울 것도 없다고 예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순전히 고전의 새로운 번역에 대한 신뢰와 기대감에서였다.
내용과 관련한 나의 무관심과 무지는 오히려 이 책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느끼게 하는 촉매가 되어주었다. 허버트 조지 웰스가 창조해낸 투명인간은 영상으로 구현된 내가 알던 최신 버전의 투명인간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기묘하고 섬뜩하고 까칠하고 위협적인, 괴팍하고 오만한 불쾌한 이방인인 투명인간. 깔끔하게 투명해지는 세련된 투명인간이, 모자를 눌러쓰고 분장까지 해가며 이렇게 현실적으로 다가올 지 몰랐다. 연극이 시작된 공연장에 앉아 있는 느낌이었다.
읽을 수록 괴팍한 투명인간 그리핀에게 끌렸고, 그의 과학적 열정과 독특한 성과들이 궁금했다. 공상과학 소설의 성공적인 서사였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분명 나는 이 과학자의 선택을 흔쾌히 지지할 수는 없었으나, 그의 선택은 매우 애처로웠고 그의 연속된 불운을 안타까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누구보다 치열한 연구자였고, 원대한 계획이 있는 사상가였기 때문이다.
투명인간을 격정적으로 읽고, 아껴두었던 역자해설을 읽었다. 역시나 역자해설을 통해 작품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을 뿐더러, 책을 다시 읽고 또 읽고, 다른 역본과 원서도 읽고 싶은 생각을 들게 했다. 좋은 번역 덕에 책을 읽으면서 역자와 원작자가 의도한 대로 이해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나는 번역가도 영문학을 공부한 사람도 아니라 역자해설의 다양한 논의들을 주의깊게 읽더라도 흥미로운 수준일 뿐이었지만, 일선의 번역가와 영문학 전공자들 사이의 보다 치열한 논의는 어떠할지 궁금했다. 문학 번역은 매우 까다로운 작업이다. 의역과 관련한 공식과 같은 많은 지침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그러한 지침들은 문학적, 사회적, 언어적 맥락을 다방면으로 반영하고 있을 줄로 안다. 하지만 의역보다 직역을 우선순위로 앞세웠을 때, 원작의 진정한 맛을 살릴 수 있는 직관적이고 매력적인 번역이 완성될 수 있는 것 같다. 또한, 영어 이해 수준이 올라가고 있는 독자들에게도 직역으로 이중 텍스트에 대한 쉽고 편한 이해를 제공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영문 원본, 영국인인 저자와 미국 편집자사이의 편집까지 꼼꼼하게 찾아서 소개해주신 번역가 이정서님의 번역을 믿고 읽은 보람이 있었다.
고전은 동시대의 언어가 아니므로, 역자에 따라서 더 많은 여지가 있는 것 같다. 전혀 흥미가 없었던 책을, 다시 읽고 또 읽고 싶은 책으로 등극 시키면서 생각할 거리들을 명확하게 제안해 주는 번역가 이정서님의 고전을 또 읽고 싶다.
꼭 읽고 싶은 책을 신청해서 지원 받았으며 진심을 담아 정성껏 서평을 작성했습니다.
더 좋은 서평을 쓸 수 있도록 열독하겠습니다. 서평이 힐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