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읽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 A Year of Quotes 시리즈 1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로라 대소 월스 엮음, 부희령 옮김 / 니케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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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책을 읽기를 도전했었고, 번번이 흐지부지 되었었다. 월든을 읽으면 좋다가도 잠이 쏟아지기를 반복하고, 어디까지 읽었는지 늘 아리송한 채, 다시 책장에 꽂아두곤 했다. 시민불복종도 읽어보고 싶었고, 그의 어마어마한 양의 일기도 궁금했다. <매일 읽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소로를 바라만 보던 나에게 안성맞춤의 책이었다. 소로의 문장들을 충분히 음미할 수 있었고, 다양한 책들의 문장들로 소로로 다가가는 길에 초석을 놔주었다. 


소로는 과연, 모든 계절의 자연을 세심하게 옮겨두었다. 그리고 자연과 함께한 그의 자유로운 사유들은 모든 문장에서 자연처럼 다채롭게 펼쳐졌다. 발췌된 너무 짧지도, 너무 길지도 않은 몇 줄의 분량은 여운을 느끼며 읽기에 딱 좋았다. 그의 문장들을 조금씩, 더욱 더 천천히 읽어보니 느낌이 새롭다. 동일한 주제의 발췌문이 아니라, 계절에 연을 댄, 다양한 글들이 있는 점도 좋았다. 때로는 계절을 물씬 느끼기도, 때로는 소로의 사유의 단면이 파동이 되어 깊은 생각을 할 수도 있게 했다. 


어떻게 소로는 모든 계절에, 자연 한가운데서 성실하게, 온전하게 자연을 느끼고 기록했을까. 나는 이제까지 사계절 중에 무슨 계절이 좋은 지 만을 생각했던 것 같다. 예전에는 스키와 스노우보드를 탈 수 있는 겨울이 좋았다. 코에 겨울 향이 나면 스키장에 갈 생각에 기분이 붕붕 떴었다. 잎새는 다 떨어뜨리고 줄기가 까맣게 물을 머금은 눈 속 겨울 나무들도 좋아했다. 새하얗게 내려서 짓밟히면 회색의 슬러쉬가 되어 여기저기 뒹구는 도시의 눈도 좋아했다. 요즘은 가을이 역시 최고의 계절이 분명하다고 믿고 있다. 높아지는 하늘, 더위가 물러간 쾌청한 바람, 다양한 색으로 물든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멋진 산의 풍경. “이번 주말, 제대로 된 가을이다.” 하며 드라이브를 했던 어느 주말의 한 순간을 사랑했다. 


소로의 책을 찬찬히 보다보니, 나는 찰나의 자연만을 원했다는 생각이 든다. 동영상 재생을 빠르게 건너뛰듯이, 유튜브 영상의 분:초 지점을 클릭하듯이, 자연이 주요 순간을 내놓기를 바랐던 것이 아닌가 싶다. 문득 창 밖의 나무를 바라본다. 매일 거기 있었던 나무, 어제랑 다를테지만 내가 알아채지 못하는 자연의 한 조각을 바라본다. 자연은 누구보다도 부지런히 다음을 준비하며 끊임없이 변한다. 내가 자연을 돌아보던 돌아보지 않던, 자연은 나에게 영향을 받으며, 나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그리고 바라보면 바라볼 수록, 자연을 돌보면 돌볼 수록 자연은 나에게 더 많은 가르침을 줄 것이다. 


황폐한 공원을 거닐었던 기억도 난다. 분명히 조성된 공원인데, 부지는 넓지만 관리는 되어 있지 않았다. 그 곳은 반자연, 가짜 자연, 현시대의 자연이 아니었을까. 숲은 다르다. 억지로 조성된 공원에 우겨넣어진 자연이 아니라, 그대로의 자연. 동네 야산만 해도 그곳엔 숲이 있다. 사방이 도시로 막혀 그 안에 동물이 살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산은 다르다. 몇일간이나 꺼지지 않던 산불을 떠올리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다. 소로의 책에서도 산불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산불 속에서도 자연은 끊임없이 재생할 것이다. 갑자기 추워진 날에 산불로 이재민이 되신 분들, 여러 피해를 입으신 분들도 험난한 위기를 무사히 넘기실 수 있기를 바라본다. 


꼭 읽고 싶은 책을 신청해서 지원 받았으며 진심을 담아 정성껏 서평을 작성했습니다.

더 좋은 서평을 쓸 수 있도록 열독하겠습니다. 서평이 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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