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어떻게 읽는가 - 조지 손더스의 쓰기를 위한 읽기 수업
조지 손더스 지음, 정영목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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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어떻게 읽는가>>
조지 손더스 / 어크로스

이 책은 조지 손더스가 시큐러스 대학에서 작가들을 대상으로 단편 소설을 수업한 것을 토대로 쓴 강의록이다.

손더스의 강의는 유쾌하다. 엄격하게 가르치려는 교수님이기 보다 함께 연구하는 연구 동료의 느낌으로 우리를 일깨운다. 우리와 함께 읽고 “자신의 반응을 이야기하고, 그 이야기를 옹호하는 주장을 펼치고, 우리가 왜 어떤 것을 어떤 지점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인지 약간 전문적인 설명을”한다. 여태까지 읽기를 위한 읽기를 해왔던 독자들은 이 쓰기를 위한 읽기를 통해 새로운 읽기의 관점을 얻는다. 나는 손더스의 강의를 들으며 (읽으며) 이 이야기들의 이야기 자체 뿐아니라 구성마저도 미학적으로 느끼게 되었다. 또한 쓰는 사람으로서 길러야 할 기본적인 자세를 터득하게 되며 읽는 사람으로서 작품을 더 깊이 사유할 수 있는 힘을 기르게된다.

“그렇게 우리는 저자를 통해 체호프에게서 다음 페이지를 읽게 하는 힘을, 톨스토이에게서 인과성의 중요성을, 고골에게서 거짓으로 진실을 말하는 법 등을 배운다.”

인상 깊었던 손더스의 읽기 방식 중 하나는 번역본으로 읽은 러시아 문학들의 원문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 노력한다는 것이다. 원작자의 의도를 파악하여 오류를 범하지 않고 정확한 것을 전달하기 위해 검토하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통해 그가 읽어낸 작품들의 이야기에 더 신뢰를 굳힐 수 있었다.

저자는 단편 소설의 아름다움은 “겉으로 보이는 결론이 아니라 이야기를 읽는 과정에서 일어난 독자의 마음속 변화에 있다”고 설명한다.

“우리는 우리 마음의 읽기 전 상태를 읽은 후 상태와 비교했다. 바로 그게 소설이 하는 일이다. 소설은 마음의 상태에 점진적 변화를 일으킨다. 그거다.” (p.600)

원제 <<A Swim in a Pond in the Rain>>은 안톤 체호프의 단편 <구스베리>의 한 장면이자 체호프가 톨스토이와 처음 만난 날 강에서 함께 헤엄쳤던 순간을 연상시킨다. 그날의 만남으로 체호프는 톨스토이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비판하는 한편 사랑하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손더스가 소개하는 작품들에 대해 그는 “단편 소설이라는 형식이 고조기에 이르렀을 때 나온 훌륭한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모두가 똑같이 훌륭하지는 않다. 일부는 어떤 흠에도 불구하고 훌륭하다. 일부는 흠 때문에 훌륭하다.”라고 이야기한다. 손더스가 작품들과 “사랑에 빠지고 그 모든 결함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를 용서하”는 이유는 바로 그 흠 때문에 훌륭한 것을 열심히 찾아낸 그의 애정에 있다. 이 장면을 제목으로 쓴 이유는 어쩌면 조지 손더스가 추구하는 읽고 쓰는 일이 그와 같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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