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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 ㅣ 윌북 클래식 첫사랑 컬렉션
제인 오스틴 지음, 송은주 옮김 / 윌북 / 2022년 7월
평점 :
윌북에서 출간한 첫사랑 컬렉션 <설득>, <순수의 시대>, <위대한 개츠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중 나는, 제이나이트로서, <설득>을 집어 들었다. 윌북 첫사랑 컬렉션은 현대의 감수성으로, 이 시대의 언어로 번역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한다. 문화적 차이로 발생했던 존칭등의 오해나, 차별적인 언어 등이 사라져 읽는 데 눈살이 찌푸려지는 일 없이 잘 읽혔다. 다만, 성별을 표현해주는 ‘그’와 ‘그녀’의 표현도 모두 ‘그’라고 칭해서 여러 등장인물이 나오는 소설에서는 혼동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제이나이트 중 한 명으로 내가 생각하는 제인 오스틴 소설이 2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읽힐 수 있는 것은 연애와 결혼이라는 스토리 라인이 아니다. 바로 연애와 결혼에 흐르는 당대의 관습에 의문을 갖는 한 사람이 주체적으로 그려내는 삶과, 그 마음을 꺼내 펼쳐 보여주는 듯한 제인 오스틴의 문장이다. 이것은 버지니아 울프가 이야기 했던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이 없는 그녀의 환경에서 택할 수 있던 가장 적합한 소재가 아니었을까? 그녀만의 탁월한 관찰력과 통찰력덕에 우리는 그녀의 작품을 읽는 호사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넷플릭스에서 최근 공개한 <설득>은 두 가지 모두를 잃고 영상미와 현대성만을 추구한 것 같아 아쉬웠다.
이 소설을 한 줄로 요약하라면 “자기 자신을 설득하는 데 걸린 시간, 8년”이라고 말하고 싶다. 한 사람이 상대방의 마음을 깨닫고, 그 전에 자신의 마음을 깨닫고, 사회의 시선과 타협하거나 이겨내기로 결정하고, 그에 따른 결과까지 감내하기로 확신하는 일. 앤 엘리엇의 8년은 그런 시간이었다. 단순히 가난하고 전망 없는 남자라는 반대로, 실연의 아픔과 미련으로 보낸 8년이 아니었다.
<설득>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제인 오스틴 그녀의 분신으로 보이는 작중 주인공이 <노생거 사원>이나 <이성과 감성>과 같은 초창기 소설들보다 성숙한 모습을 가진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었다. 여전히 오해가 난무하고 마음을 표현하는 데 서툰 주인공이지만 앤은 가정의 여건, 사회적 여건들을 생각하여 그러나 여전히 주체적으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번역은 현대적으로 했더라도 기-승-전-결혼 이라는 결말이 바뀔 수는 없는데, 비판적인 시선을 유지하되 당대의 작품을 결말만 가지고 현대의 시각으로 평가하지는 말자. 앞서 말했듯이 제인 오스틴은 결말 보다는 과정이 중요한 작품이니.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